[이승규]이럴 땐 어떻게 하나요?

[중도시평]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 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지난 주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독자라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는 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열부터 내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진정을 시킨 다음에야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제보자가 하고자 했던 말은 간단 명료했다. 이럴 땐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 건지 답을 찾아 달라는 거였다.

내용은 이랬다.

중구 사정동, 그러니까 정확한 위치는 버드내다리에서 유등천동로를 따라 복수교쪽으로 가다보면 어린이보호구역이 나오는데 천변도로쪽으로 1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대형 영업용 차량의 밤샘주차는 기본이고 방치차량까지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 도저히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는 거였다. 제보자는 관계기관에 민원을 몇번이고 제기했지만 그때마다 결론은 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젠가는 도저히 분이 안풀려 안전행정부로 직접 민원을 제기하자 그때 딱 한 번, 어디서 나왔는지 영업용 대형차량 앞유리창에 계도장을 놓고 가는게 끝이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제보자는 이 뿐만이 아니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봐달라고 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도대체 뭡니까?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 및 유치원 정문에서 반경 300m 이내의 주통학로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교통안전시설물 및 도로부속물 설치로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공간을 확보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1995년 도로교통법에 의해 도입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대놓고 이렇게 불법을 일삼고 있는 대형 영업용 차량에 대한 관계기관의 대응이 이래도 되는 건가요. 차라리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하지를 말든가. 안그래요. 하루이틀이면 말도 안합니다. 민원 한두차례 한것도 아니고… 어떻게 1년 내내 불법으로 버젓이 전용 주차장처럼 쓰고 있는데 기가 막힙니다.”

사실 제보자의 말처럼 대형 영업용 차량의 밤샘주차와 함께 불법 주정차문제는 여러 언론에서 한 두번 다룬 게 아니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관계기관에서 계도와 함께 단속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제보자의 말대로라면 직무유기를 떠나 아예 눈감아 주는 거나 다름없다.

지난 주말,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 직접 제보자가 일러준 곳을 찾아가봤다. 아뿔싸! 이건 도로가 아니라 대형 영업용 차량의 주차장이었다. 그리고 천변도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란 안내판이 커다랗게 두개씩이나 내걸려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내판이 무색하게 도로는 이삿짐을 나르는 사다리차와 익스프레스 차량, 덤프트럭이 차지하고 있었다. 얼마나 됐는지 방치차량도 눈에 띄었다. 주변에는 공원도 있었다. 공원에는 아이들이 상당수 뛰어 놀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온 주민한테 물었다.

“혹시 저기 있는 대형 영업용차들에 대해서 아십니까?”

주민의 말에 내 귀를 의심했다.

“알다마다요. 항상 여기 있어요. 여기가 바로 주차장인걸요. 저기 덤프트럭과 여기 익스프레스차와 사다리차는 영업나갈때는 자신의 승용차를 가져와서 다른 차가 못대도록 해놓고 일보고와서는 이렇게 또 주차를 해놓고 가요. 여기 주민은 아니란 얘기죠. 얼마전에는 유등천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 저기 도로로 올라오는 길있죠. 유등천에서 도로로 자전거를 끌고 나오다 교통사고가 날뻔 했어요. 이렇게 큰 차들이 길을 막고 있으니까 어디서 차가 오는지 안보였기 때문이죠. 언젠가는 크게 사고 한 번 날겁니다. 직접 한 번 확인해보세요.”

영업용 차량은 반드시 차고지에 주차를 해야 한다. 무료주차장도 안된다. 그래서 영업용 차량(2.5t이상)은 최초 등록할때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 대개 차고지와 거주지가 멀어 노상에 주차를 하게 되는데 이는 엄연히 단속대상이다. 물론 공터나 간선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차주의 편의를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도껏이다. 화창한 봄날 아이들과 함께 유등천으로 자전거를 타러 나온 가족들을 생각하면 관계기관의 솜방망이 대책은 곤란하다.

공원에서 만난 주민의 지나치는 한마디가 자꾸만 귓전을 때린다. “이대로 두다간 언젠가는 크게 교통사고가 한 번은 날겁니다.”

꼬박 한나절을 지켜본 필자는 충분히 예방가능한데 손놓고 있는 관계기관의 잘못으로 정말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가슴이 철렁했다. 지켜본 내내 유등천동로는 더 이상 도로기능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영업용 차들의 뻔뻔함과 관계기관의 나몰라라 때문에. 주장컨대 오늘 이후 발생하는 교통안전사고는 관계기관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