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자]만우절

  • 오피니언
  • 청풍명월

[김숙자]만우절

[직선곡선]김숙자 편집팀 차장

  • 승인 2014-03-31 14:14
  • 신문게재 2014-04-01 17면
  • 김숙자 편집팀 차장김숙자 편집팀 차장
“시속 27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나타났다.” 영국 한 매체는 뉴욕 메츠에 이 신인투수가 입단예정이라고 보도했다(1985년). 스위스에선 이상 기온현상으로 나무에 스파게티가 열려 농부들이 나무에서 스파게티 국수를 뽑아내는 모습을 보도했다(1957년). 또한 유명 햄버거 회사는 '왼손잡이용 와퍼' 메뉴를 개발해 미국의 한 매체에 전면광고를 실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1998년) 영국의 천문학자 패트릭 무어는 라디오에 출연해 4월 1일 명왕성이 목성 뒤로 지나가는 천체 현상이 일어나면 무중력 상태가 돼 공중에 뜰 수 있다며 청취자들에게 점프해 볼 것을 제안했다.(1976년)

오늘은 4월의 첫 시작이자, 만우절. 이 이야기들은 전 세계에 있었던 유명한 만우절 에피소드들이다. 설마 누가 이런 황당한 말을 믿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방송 직후 놀랍게도 스파게티 재배법을 문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4월 1일 만우절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장난이나 거짓말을 해도 이날만은 특별히 용서받고 웃어 넘기는 날이다. 그렇다고 112나 119에 장난전화를 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119 허위신고는 소방기본법에 따라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력한 처벌 때문인지 매년 장난전화가 줄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만약 이 세상에서 거짓말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상상력을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가 있다. '거짓말의 발명(2009년)' 속 인물들은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서 모두 진실만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회사에 결근을 하게 되자 전화를 하면서 “아픈 것이 아니라, 너희들 꼴 보기 싫어서 하루 쉰다”고 말한다. 또 주인공 비서는 “나같이 잘난 여자가 당신 같은 무능력자의 비서로 일하는 것도 참 자원낭비죠?” 라며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 놓는다.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우리는 무수한 거짓말 속에서 살아간다. 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열 번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악의적인 거짓말은 상대방을 곤란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역으로 선의의 거짓말은 인간관계를 보다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와 같은 작용을 한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그 '배려'에 익숙해져 있다. 더 이상 속임수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됐고 때론 불편한 거짓말 때문에 더 편안히 살수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떤 거짓말을 준비하고 있는지. '술, 담배 끊을게' '예뻐졌다, 어려보인다' 진실이 아니어도 좋은, 듣고 싶은 거짓말을 준비해 보는건 어떨까.

김숙자·편집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