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구]드라마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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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드라마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중도마당]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승인 2014-03-31 14:07
  • 신문게재 2014-04-01 16면
  •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한 문화에 속한 사람이 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방법이 있다. '겨울연가'의 지고한 사랑이야기가 한류의 기폭제를 만들면서 일본 NHK에서만 세 번 방송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이후,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소위 '일드열풍'이 불고 있을 정도로 그 판도가 바뀌고 있다.

초창기 한국에 소개된 일본의 대중문화는 재미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공포스럽고 선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일본 문화는 자극적이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저질문화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등의 발달로 다양한 일본 드라마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호기심과 흥미를 넘어 '일드 폐인'이라 불리는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상황이다. 이들 마니아층이 일드에 열광하는 것은 '선정적이고 재미 위주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일본인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그들의 실제 사고방식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국 드라마의 특징은 어떻게 다른가? 우선 한국드라마의 특징을 보면 드라마 소재의 대부분이 사랑이다. 장르를 막론하고 삼각관계, 바람, 엇갈린 사랑 등이 나오며 심지어 사랑과 관련이 없는 사극마저도 이러한 요소를 추가하고 있다. 법정드라마는 법원에서 연애하고, 경찰드라마는 경찰서에서 연애하고,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브라인이 등장한다. 게다가 시대가 변해도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별그대'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둘째, 가족 중심적이다. 특히 주말연속극이나 일일 연속극, 시트콤 등에서 가족은 드라마의 갈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혈연의식과 정 문화가 뿌리깊은 한국은 맹목적일 정도로 가족에게만큼은 주관적이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셋째, 한국드라마는 특별한 시즌과 상관없이 주 2회 방영(화목, 수목, 월화드라마 등) 혹은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등 드라마천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며 전개가 느리고 관계지향적이다.

이에 비해 일본드라마의 특징은, 첫째, 직업 세계의 표현이 구체적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전문 직업세계를 다룬 드라마가 등장하고는 있지만, 결국은 또다시 사랑이야기로 전개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는 드라마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직업과 직장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드라마 '히어로'는 일본 검찰의 구조와 수사방식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논리적으로 구성되었고, '굿 럭!'이라는 드라마는 항공사 파일럿, 스튜어디스, 항공기 엔지니어 등 항공사와 비행기 관련 업무가 자세히 드러나 있다. 둘째, 일본 드라마 속에서는 일본의 전통음식과 의복, 전통주거형태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으며, 전통을 수호하는 역할의 주인공들이 20대 젊은 층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셋째, 드라마에서도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장례식 장면에서의 한국 드라마는 배역 인물들이 오열하고 애통해하며 연기력을 과시하지만, 일본 드라마의 장례식 장면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차분하게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슬픔을 자제하고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넷째, 소재가 다양하다. 만화와 소설을 배경으로 만들기도 하며 코믹, 학원, 사극 등등 다양한 종류의 드라마를 만든다. 도중에 인기가 상승하면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 use)를 노리는 상업성을 발휘한다. 마치 나뭇가지처럼 드라마에서 영화로, 그리고 DVD, OST와 같은 콘텐츠 개발로 많은 이익을 얻는다.

과거 왜색문화라고 하여 천시하고 금지했던 일본의 대중매체가 이제는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을 통해 수많은 일본 드라마가 한국에 소개되면서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한 타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나름대로 평가받을만하다고 본다. 타국의 문화컨텐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국제 경쟁 시장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타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다 재밌고 피부에 와 닿는 드라마를 이용하는 것을 적극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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