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협박… 성매매 여성 인권침해 심각

선불금에 부당한 빚 족쇄… 대전서 성매수男 흉기에 30대 여성 숨지는 사건도

대전·충남의 성매매 여성들이 각종 범죄 대상자가 되거나 인권침해를 당하는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에 따르면, 성매수 남성에 의한 폭력에서부터 여성을 성매매업소에 붙잡아두려고 업주가 강요하는 선불금과 폭행은 여전하고, 최근에는 사채업자를 거친 빚 강요와 성매매경력을 알리겠다는 협박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 1월 29일 오전 2시 30분께 대전 동구 대전역 앞 쪽방의 작은 모텔에서 성매매 여성 A씨(34)가 화대를 이유로 성매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숨진 성매매여성 A씨는 당시 5살 아이를 남편 없이 혼자 키웠으며, “생계를 위해 애를 맡겨두고 밤에만 쪽방에 일 나오던 신참”이라고 동료 여성들은 기억했다.

업주나 상대남성에게 폭행을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는 것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느티나무상담소에 접수된 성매매 여성의 상담 중 폭행을 당해 이에 대한 대처방법과 신고 여부에 대한 문의가 모두 98건으로, 2012년 비슷한 사례의 상담 60건보다 많이 늘어난 수준이었다. 여성을 성매매업소에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 업주는 여전히 불법적 수단을 쓰고 있다.

여성에게 300만원의 선불금을 주고 하루 6만원씩 일수를 찍고 지각할 때 3만원, 결근하면 15만원의 벌금을 강요하고 있다는 게 느티나무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성매매 선불금이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자, 업주가 제3의 사채업자를 여성에게 소개해 빚을 쓰게 하고 성매매를 강요하는 식으로 여성을 옥죄고 있다. 대전·충남 성매매 여성들이 지난해 느티나무에 도움을 요청한 상담통계 중 선불금과 강요된 빚 문제에 대한 상담(213건)과 이에 따른 법률상담(690건)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이밖에 상담을 요청하는 여성들이 일하는 업소의 성격을 보면 전통적인 성매매업소(27명)보다 일반 유흥업소나 노래방처럼 산업형 업소(143명)가 많아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손정아 느티나무상담소 소장은 “성매매업소에 인권침해가 사라졌다는 생각은 희망사항일 뿐, 상담을 해보면 일부는 여전히 감시당하고, 부당한 빚을 지거나 신상정보를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성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피해를 당해 상담을 하고도 실제로 신고하거나 법률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