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개혁의 핵심은 정원 감축이다. 목전에 닥친 대입정원과 학령인구 역전에서 비롯된 군살 빼기는 어느 대학이든 비껴가지 못한다. 다만 수도권과 지방대, 국립대와 사립대의 분리 평가가 아니라는 점이 논란의 근원이다. 비수도권 소재 사립대를 수도권대와 함께 경쟁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지방 사립대의 ‘줄도산 공포’는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조개혁의 또다른 목표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지방 사립대는 국립대에 비해 전반적인 살림이 넉넉지 않은 데다 재정 지원조차 적다. 같은 선상에 놓고 추진할 때 어느 쪽의 피해가 클지는 명확하다. 정원 감축으로 수입까지 줄게 될 사립대의 앞날은 그래서 위태롭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는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지방 사립대에 불리한 측면을 덮어두면 불공정 경쟁으로 비판받는다. 수도권에 캠퍼스를 옮긴 대학이 경쟁률이 급증한 사례는 무엇을 대변하는가. 전문대와 일반대, 국립대와 사립대, 지방대와 수도권대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옳다는 증거다. OECD 회원국에 비해 사립대 비중이 큰 구조를 구조개혁을 통해 고치려 해서도 물론 안 된다.
안 그래도 상당수 지방 사립대는 고사 직전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형편에 수도권 프리미엄이 붙어 다니는 수도권 사립대와 한 묶음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지방 사립대에 대한 희생 강요처럼 비쳐지기 쉽다. 중소 사립대일수록 경쟁력을 키우기 전에 황폐화를 먼저 부추길지 걱정이다. 지방대 퇴출이나 급격한 정원 감축은 지역경제 쇠퇴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주지하기 바란다.
열세인 지방 사립대는 수도권 대학이나 국립대와 경쟁의 출발선이 달라야 정상이다. 28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채택될 사립대 총장들의 합리적 제안을 받아들이길 권유한다. 공정경쟁이 가능한 여건이 아니면 공정한 잣대가 아니다. 가장 불리한 지점에 서 있는 지방 사립대의 특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공정함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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