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대전·세종·공주 인적자원개발위원장 |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45세가 정년을 뜻하는 '사오정' 등 일자리와 관련된 현시대의 심각한 세태를 대변하던 신조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때가 기억난다. 더욱이 지금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나 논을 판다는 뜻의 '우골탑(牛骨塔)'이, 부모 등골을 휘게 한다는 '등골탑' 혹은 '등골 브레이커(breaker)'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을 반영하는 신조어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진화해 가고 있지만 정작 현실의 세태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졸업 후 입학과 더불어 취업이 한창인 요즘은 청년층 및 구직자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의 중심에서 꿈과 적성에 무관하게 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 취업 위주의 스펙 쌓기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 준비기간만 늘어날 뿐 현실은 야속하기만 하다. 사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비롯한 구직자들을 점차 수동적인 방식으로 일자리를 찾게끔 몰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구직자들의 눈높이와 기업 간의 미스매치 현상 또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가을 대전상공회의소가 500명의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구직성향 및 지역 기업인식 조사'에서는 약 80%의 학생들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4명은 초임 연봉으로 3000만원을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전체기업 중에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업체의 비중은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세태를 파악하고 지난해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는 140개의 과제 중 4번째로 '중소기업 희망사다리 구축'을 선정했다. 이는 중소·중견 기업들에게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최근 이 같은 정부의 의지를 기반으로 우리 지역에 신개념 인력양성사업체계가 탄생했다. 바로 대전·세종·공주를 기반으로 시작된 대전상공회의소의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이다.
국내에 '일자리관련 정보'들은 수없이 많지만 구직자들의 '역량'과 '기술력'에 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고, 지역별 통계 자료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의 목적은 인력이 필요한 기업들에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인재들을 직접 제공하는 데 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 후 한국폴리텍대학교와 대한상의 충남인력개발원 등의 공동교육훈련기관과 함께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구직자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터를 마련해주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기술 있는 구직자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따라서 대전·세종·공주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리 대전상의와 대전시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하다.
이제 시작단계다. 지역 산업 발전과 취업률 향상을 위해서는 해당 기관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상호 협력해야 한다. 특히 대전상의가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구직자와 기업체 모두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앞으로 '페이스펙'이 아닌 구직자와 기업체간의 소통을 통한 '맞춤스펙'이 통용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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