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홍철 대전시장 |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성공하자 독일군은 드레스덴(Dresden)으로 후퇴하게 된다. 독일군이 드레스덴으로 후퇴한 것을 두고 혹자는 드레스덴이 과거 작센 왕국의 수도로 츠빙거 궁 등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한 역사적인 도시로 연합군이 이 곳은 폭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위해 1945년 2월 13일 드레스덴을 폭격하였고 도시는 그야말로 폐허가 되었다. 당시 연합군이 드레스덴을 폭격한 날을 '드레스덴(Dresden)'의 머리글자를 따서 'D 데이'라고 명명하였고 이후 이 명칭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종전 후 독일정부는 폐허가 된 문화유적을 복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드레스덴의 도시 성장을 위해 정책적으로 많은 연구소와 기업들을 드레스덴에 정착시키기 시작했고,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드레스덴이 세계적인 과학기술도시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어찌 보면 40년 전 고 박정희 대통령이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정책적으로 정부 출연연구소를 집중 배치하면서 대전이 과학기술도시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과 유사하다. 이 처럼 드레스덴과 대전은 도시 성장에 있어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드레스덴에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있듯이 대전에는 과학벨트의 헤드쿼터인 기초과학연구원이 있고, 드레스덴에 응용과학기술의 요람인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있다면 대전은 세계 제일의 전자통신연구원, 기계연구원 등 30여개의 정부출연연구소가 있다. 드레스덴 공대가 혁신클러스터의 중심에 있다면 대전에는 카이스트가 그 중심에 있다. 어찌 보면 두 도시는 닮은꼴이 너무 많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연으로 필자는 2012년 2월 드레스덴을 처음 방문해 같은 과학기술도시로서 동반 성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상호 교류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 이후 대전과 드레스덴은 매년 많은 기업들이 두 도시를 오가며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협력하고 있으며, 드레스덴도 대전에 있는 정부 출연(연), 카이스트, 대전 테크노파크 등과 협력 사업을 하는 등 지금은 두 도시의 산·학·연·관 혁신주체 간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이러한 교류 협력를 정기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필자와 드레스덴시 헬마 오르슈 시장이 '과학기술 교류협정'을 체결했으며, 11월에는 드레스덴 힐버트 수석부시장이 기업인, 시 의원 등 19명을 이끌고 우리시를 방문해 지역기업인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유럽을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드레스덴을 방문한다고 한다. 2년 전부터 드레스덴과 교류를 해오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대전이 교류의 물꼬를 트면서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드레스덴을 우리나라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대전 시민과 드레스덴 시민 모두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D 데이'가 드레스덴에게 불행한 날이었다면, 오늘 박대통령의 드레스덴 방문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새로운 의미의 'D 데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독일, 드레스덴(Dresden)과 대전(Daejeon)의 교류와 협력이 더욱 긴밀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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