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최근 한 여행정보가이드 앱사이트가 사진공유 SNS 사이트에 올라온 세계 5000개 이상 도시에서 찍은 1억 건 이상의 사진 자료를 활용한 일종의 빅데이터로 행복지수를 산출해 냈다. 이 조사는 사람들의 표정에 나타난 미소의 형태와 크기를 면밀히 분석하여 미소 점수를 적용해 행복도를 매기는 점수 산출 방식을 사용하였는데, 각국의 행복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전체 124개국 중 12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1등을 차지한 브라질의 점수가 60.8이고 꼴찌에서 두 번째인 우리나라의 점수는 9.5로 나타났는데, 이 보도를 접하는 기분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아무튼 우리 아래에 4.1점을 얻은 일본이 꼴찌로 나타난 것을 갖고 위안 삼기에도 민망한 결과인 것 같다. 그렇지만 사진을 통해 행복도를 평가한 결과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표정에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을 고려하면 이러한 평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만 해도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미소를 짓는 것이 얼마나 어색하고 어려운가를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결과를 수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행복한 사람의 표정은 그래도 뭔가 다르긴 한데라고 한다면 할 말이 궁색하긴 하다.
얘기가 나온 김에 각국의 행복도 비교를 찾아보자. 갤럽이 2012년 148개국 1000명을 대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인의 행복 순위는 97위로 나타났고, OECD에서 발표한 행복지수에서는 우리나라가 36개국 중에서 24위로 나와 있다. 2013년 UN의 세계 행복보고서에는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6.267점으로 156개국 중 4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초 국내 한 기관이 발표한 자아행복지수 조사에 의하면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행복한 상태의 국민이 5% 미만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하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범죄율, 학교폭력, 청년 실업, 비정규직, 노인 빈곤, 여성 차별 등 행복을 저해하는 사회적 요소들이 도처에 깔려 있는데 행복지수가 낮은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소득 불균형과 빈곤층의 증가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먹고살만한 사람들은 행복해야 되는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인간의 불행은 결핍에서 오기보다는 결핍감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온 국민이 궁색하였던 때보다 지금 불행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느끼는 상대적 결핍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세기의 대표적 지성이라고 여겨지는 러셀의 행복에 관한 충고는 경청할 만하다. 러셀은 인간 불행의 원인으로 경쟁, 권태,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공포 등 여러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몰입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그래서 러셀은 행복하기 위해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집착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힐 것을 권한다. 세상에는 우리의 조그만 불행, 보잘 것 없는 번민을 잊게 할 수많은 관심사가 있다. 러셀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 세상에 대한 폭넓은 관심, 적당한 체념과 절제를 통해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러셀은 노력으로 행복을 정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행복은 인간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 소크라테스, 행복을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습관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긍정심리학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행복해지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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