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예산의 조기집행에 따른 문제점 역시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이자수익이 감소한다거나 하반기에 공급할 물량을 상반기에 몰아서 공급함으로써 하반기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반기에 너무 많은 물량이 공급될 경우 인건비 상승 혹은 인력난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요인을 감수하고라도 정부가 예산의 조기집행에 나서려는 것은 경기 불황으로 꺼져가는 불씨를 조금이나마 살려보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민간분야에서 제대로 붙일 수 없는 불씨를 공공분야에서라도 먼저 살려내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가 예산집행을 늦추고 있다는 것은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칫 공직기강의 느슨함을 드러낸 것으로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다른 한편으로 ‘일하지 않는 공무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 기업들은 지자체의 예산 집행을 손꼽아 기다리건만 공무원들은 나몰라라 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돼 왔던 시기는 뭐니 뭐니해도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특히 지난 2012년 연초 ‘내수 진작 및 민생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각 지자체 역시 예산의 조기집행에 안간힘을 모았었다. 당시 상반기에 재정의 60% 이상을 조기 집행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밝힌 지난 1월의 국내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의 생산 및 소비판매는 전월대비 다소 증가한 반면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면치 못했다. 기업들은 여전히 불황을 우려하는 형편이다. 지자체의 예산 조기집행은 따라서 경기회복을 위한 마중물인 셈이다. 지자체 예산이라도 조기집행을 실천해 메마른 기업환경에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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