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원]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배국원]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중도마당]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승인 2014-03-24 14:08
  • 신문게재 2014-03-25 16면
  •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내일이면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한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지난달 26일, 송파구 석촌동의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을 슬프게 만든 일이었다. 가정의 불행과 건강의 악화 속에서도 60대 어머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국가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생활을 유지하려 했지만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지하 단간 셋방에서 살던 세 모녀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가족이 모두 함께 이 세상을 떠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단정하게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고 쓰여진 봉투가 우리를 하염없이 슬프게 했다. 그 봉투에 담긴 70만원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양심의 유산이라서 다이아몬드 70만 캐럿보다 더 귀하고 투명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송파동 세 모녀의 이야기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우리의 복지체계가 조금만 더 효율적이었더라면, 이웃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조금만 더 포용적이었다면, 이분들이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시민의 의무를 다하기 원하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건강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그 중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문제만큼 심각한 경고음도 없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지난 10년간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다른 30개국의 평균보다 2배나 높은 수치의 1위라는 사실은 차라리 경악스럽다. 10만 명당 30명, 30분마다 1명, 하루에 거의 50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는 통계는 섣불리 믿기 어려운 비현실적 지표처럼 들리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한다.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가 악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자살보도 권고 기준 2.0'이라는 보도지침을 궁여지책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베르테르의 효과' 같은 악순환 방지를 위해 언론을 통제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예방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야할 의무가 있다. 복지 사각지대 개선, 상담 시스템 강화, 의료제도 정비 등 국가정책 차원에서 자살문제에 관한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시행할 것이 요구된다. 청소년의 경우에도 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일선 교육현장에서 더욱 적극적인 예방 프로그램이 실시되어야만 한다. 최근 개봉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우리 주변의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중고등 학생들이 얼마나 깊이 절망을 가슴에 감추고, 얼마나 뜻밖으로 극단의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신호 가운데 하나인 자살문제에 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할 사람은 비단 정치가, 교육자뿐만 아니라 바로 종교인들이다. 기독교인으로서, 목사로서 나 자신은 이 문제에 관해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를 분명히 아는 신앙인으로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얼마나 창조의 질서에 어긋나고 인간의 존엄에 반대되는 일인지를 확실히 전해야하는 책임감이다.

모든 생명은 귀한 것이다. 온갖 다양한 생명체들로 충만한 우리 지구는 우주의 그 무수한 행성들 가운데 정말 명품 행성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인간의 생명은 전세계 60억 인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정말 최고의 작품으로 계획되었다. 혹시라도 스스로 생명을 끊을 유혹에 시달리는 이가 있다면, 종교간 차이를 벗어 버리고, 교리의 구분을 뒤로 하고, 우리 모두 잘 아는 노래를 진심으로 들려주고 싶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은 축복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미처 이웃이 진심으로 불러주는 이 노래를 듣지 못했던 송파구 세 모녀는 한달 전 슬픈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책임이었음을 고백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