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국원 침례신학대 총장 |
송파동 세 모녀의 이야기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우리의 복지체계가 조금만 더 효율적이었더라면, 이웃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조금만 더 포용적이었다면, 이분들이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시민의 의무를 다하기 원하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건강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그 중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문제만큼 심각한 경고음도 없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지난 10년간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다른 30개국의 평균보다 2배나 높은 수치의 1위라는 사실은 차라리 경악스럽다. 10만 명당 30명, 30분마다 1명, 하루에 거의 50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는 통계는 섣불리 믿기 어려운 비현실적 지표처럼 들리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한다.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가 악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자살보도 권고 기준 2.0'이라는 보도지침을 궁여지책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베르테르의 효과' 같은 악순환 방지를 위해 언론을 통제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예방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야할 의무가 있다. 복지 사각지대 개선, 상담 시스템 강화, 의료제도 정비 등 국가정책 차원에서 자살문제에 관한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시행할 것이 요구된다. 청소년의 경우에도 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일선 교육현장에서 더욱 적극적인 예방 프로그램이 실시되어야만 한다. 최근 개봉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우리 주변의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중고등 학생들이 얼마나 깊이 절망을 가슴에 감추고, 얼마나 뜻밖으로 극단의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신호 가운데 하나인 자살문제에 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할 사람은 비단 정치가, 교육자뿐만 아니라 바로 종교인들이다. 기독교인으로서, 목사로서 나 자신은 이 문제에 관해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를 분명히 아는 신앙인으로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얼마나 창조의 질서에 어긋나고 인간의 존엄에 반대되는 일인지를 확실히 전해야하는 책임감이다.
모든 생명은 귀한 것이다. 온갖 다양한 생명체들로 충만한 우리 지구는 우주의 그 무수한 행성들 가운데 정말 명품 행성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인간의 생명은 전세계 60억 인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정말 최고의 작품으로 계획되었다. 혹시라도 스스로 생명을 끊을 유혹에 시달리는 이가 있다면, 종교간 차이를 벗어 버리고, 교리의 구분을 뒤로 하고, 우리 모두 잘 아는 노래를 진심으로 들려주고 싶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은 축복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미처 이웃이 진심으로 불러주는 이 노래를 듣지 못했던 송파구 세 모녀는 한달 전 슬픈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책임이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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