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원래 규제란 법과 아주 친근하다. 아니 우리나라와 같은 법치국가에서는 규제란 법 밑에서 법에 근거, 법에 의해 만들어진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정들인 것이다.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법이 탄생하는 것과 유사하다. 법에 의해 규율되지 않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부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가에서 산업화라는 큰 뜻에 따라 산업단지를 조성, 저렴한 가격으로 공장 부지를 분양한다고 치자. 그런데 이것을 아무런 규제없이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돈 있는 대기업은 대규모 공장을 짓는다는 핑계로 저렴한 산업단지를 엄청난 규모로 사들일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에 이를 작은 평수로 나눠 중소기업에게 매각할 것이다. 법에 의한 규제가 없으니 계약자유가 인정되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도 물론 허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차례 전전매매가 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특히 공장부지 부족현상이 벌어지는 경우에 폭발적인 가격 폭등을 겪을 수도 있다. 결론은 버킹검, 즉 부동산투기장소가 되고 마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리하여 법이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산업단지의 부지에 대해서는 투기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단지에 입주에서부터 공장신축까지 여러가지 절차를 밟게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 이를 팔고 나갈 때에는 물가지수 등을 감안한 저렴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규제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안에서 공장을 하는 사람들의 불만은 많다. 왜 그렇게 공장 짓는 것이 어려운가? 왜 공장을 팔고 나가려는데 법에 정한 가격이 아닌 그보다 높은 가격에라도 사려고 하는 사람의 의사를 무시한 채 법에 정한 가격만을 고집하려 하는가? 등. 원래 규제란 자유로운 선택을 억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규제가 발생하는 것은 바로 현실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애초부터 현실적인 필요가 없는 분야에서는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규제개혁이란 무엇일까?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내려온 규제로서 이제는 현실적으로 필요 없게 된,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편만 주는 그러한 절차를 없애자는 것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을 싫어하고 억압이라고 느껴지면 이를 없애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규제개혁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채 자칫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정책으로 그칠 우려가 있는 것이 바로 규제개혁이 아닐까? 앞서 언급한 대로 규제가 발생한 것은 현실의 필요에서 법에 근거해 법이 위임하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그러한 현실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규제를 없앨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의 성공의 열쇠는 규제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규제되는 현실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규제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정책적으로 가는 경우 우려가 되는 것은 바로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으로 규제를 없애려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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