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 |
일본 헌법상 총리의 임기는 4년이고 연임제한도 없지만 임기 중 1년이 지나면 언제든지 의회 다수결에 의해서나 내각이 결정하면 내각은 해산되고 수상직에서 물러나도록 되어있다. 지난 10년간 일본은 단명내각으로 계속 교체되어왔으며 심지어 호소카와(細川) 내각은 8개월만에 해산당한 일도 있다. 지금의 아베총리는 이미 2년을 넘기고 있으며 막강한 의회 과반수 연립내각을 자랑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아베는 8년 전(2006년)에도 과반수 지지를 받아 총리로 군림했었지만 1년 만에 권좌를 야당에게 물려주는 수모를 당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있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는 와신상담 재기한 현 수상으로서 권력에 대해서 지지층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철통같은 단결을 다지고 나아가 일본국민의 여론을 통합하는데 호시탐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 할 순 있다.
그런 아베의 노력이 표출된 것이 소위 ①아베노믹스(경제정책) ②집단방위권 행사(국제전쟁개입)를 위한 헌법개정 또는 헌법해석의 편법을 이용한 국회 결의 ③일본 자위대를 방위성(국방성)으로 개편하고 육군·공군·해군으로 개편하는 조치(이미 완료) ④국방예산을 매년 40%씩 증액하여(현재 미국, 중국 다음 세계 3위의 국방예산 편성국) 육·해·공군 전투장비를 세계 3대 군사 대국으로 군비 확충 ⑤북방 4개섬, 독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일본영토에 편입시키는 선언 ⑥과거 일본의 침략사를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村山)담화와 고노(河野)담화의 취소선언 발언 ⑦일본 초중고 국정 교과서의 날조채택 강요(현재 채택중) ⑧전시 강제동원 군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을 근거없다고 부인하는 선언 ⑨일본 내 극우 폭력단체를 총동원 강력한지지 선동과 합법적으로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한국교포·중국화상·필리핀 등 동남아인) 추방운동을 선동 ⑩전승국이 반대하는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악랄한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망동에 대해 ①우방동맹국인 미국도 “실망했다, 망언·망동이다”라는 담화를 발표하고 아베의 자제를 종용, 압박하기에 이르렀고 ②러시아에서는 일본과 예정된 당국간 회의를 취소했으며 ③영국을 비롯한 EU의 여러 나라와 언론에서 맹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④중국은 맹비난은 물론 센카쿠에서 일본과 교전태세를 선언하고 대일본전쟁 불사론을 일으키고 있는바 일본은 삽시에 세계적 고립무원의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두말 할 것 조차없이 한국은 반일감정이 격화되고, 일본과의 예정된 모든 당국 간의 회의가 취소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몇 차례 다자간 국제회의에서 일본 아베총리와의 조우 때도 만나주지도 않고, 내미는 손(악수)도 거절하는 등 한일 관계는 최악의 단절상태로 치닫고 있다.
한편 일본 내의 여론과 지성있는 정객ㆍ지식인ㆍ전문가들의 동태는 어떠한가? ①아베 내각의 동반자인 공명당에서조차 연립내각의 참여를 재고한다는 움직임 ②내각 내 일부 양심있는 관료의 자진사퇴 내지는 반성 표명 ③뭇 정당에서의 비판의 목소리 ④무라야마 전 총리와 고노 전 총리의 맹렬한 성토와 성명서 발표, 심지어 한국 사죄방문등 행동으로 반대 ⑤일본 내 저명한 교수, 평론가, 3000명이 연서로 시국 선언(아베시책반대)을 하며 1000만명 시민연서 운동에 돌입 ⑥극우 폭력조직의 행패데모에 맞선 선량한 일본 시민의 대항 데모대 발동 ⑦“아베 반성하라”는 여론이 50%이상에 이르고 있다는 일본 유수 여론조사기관의 발표 ⑧아베의 선심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1년간 지켜본 시민들의 찬반여론조사에서 반대론이 우세한 현상 ⑨아베의 군국주의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전후세대인 10·20대에서는 찬성이 강하지만 전쟁을 보고 들은 세대인 50대 이상의 폭발적인 반대(제2일본망국론) ⑩일본의 도쿄올림픽 개최와 핵발전소(55개) 재가동에 대한 다수가 반대(일본은 유일하게 핵폭탄으로 망한 나라인데 또 핵을 확산하고 핵개발 의혹을 표시하는 것은 제2의 일본망국을 초래)한다는 여론조사발표 등이다.
아베는 이제 안팎으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부랴부랴 지난 3월 16일 일본국회에서 “무라야마담화와 고노담화를 부정치않고 계승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것은 미국의 종용과 압박에 굴복한 것이지 본심이 아닌 것 같다. 이 발언이 있은 직후 아베 내각의 2인자는 “다만 고노담화의 객관적 실체(증거)에 대한 검토는 계속 하겠다”라는 꼬리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며칠 뒤에 개최되는 헤이그 핵안전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아베 간 3자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한 제스처일 수 있다는 것이 세평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달 전에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특집으로 게재된 해설집을 흥미있게 읽은 일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현 한국 대통령이 부전여전(父傳女傳)으로 막혀있는 한일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만은 아버지를 배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통이었고 오랫동안 막혀있던 한일국교를 정상화 시킨 친일대통령인데 그의 딸이 아베와 화해하지 않겠는가?”하는 내용이다. 그 해설의 결론은 놀랍게도 딸 박근혜는 아버지를 결코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철저한 원칙론자이고 남자가 아닌 여성이며 여성의 인권을 짓밟은 상징인 전시 군위안부의 실체를 인정치않는 아베를 악마의 상징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 평론은 “이제 공은 아베 총리에게로 넘어왔다. 아베는 한일 관계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에서 얼굴을 맞대응하려면 헤이그회담 전에 위안부관련 고집을 전향적으로 풀고 가야한다”고 결론지었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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