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홍]'물의 날'을 보내며 생각하는 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조재홍]'물의 날'을 보내며 생각하는 물

[기고]조재홍 K-water 아산권관리단장

  • 승인 2014-03-23 13:43
  • 신문게재 2014-03-24 17면
  • 조재홍 K-water 아산권관리단장조재홍 K-water 아산권관리단장
▲ 조재홍 K-water 아산권관리단장
▲ 조재홍 K-water 아산권관리단장
지구를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물질 중에서 물은 가장 신비롭다. 주어진 여건에 따라 고체인 얼음, 기체인 수증기, 그리고 액체인 물로 존재한다. 물의 세가지 형태 중에서 액체로서의 물이 가장 중요하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여기에서 비롯되었고, 또 삶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듯이 지구의 70%도 물이다. 따라서 지구가 아니라 '수구(水球)'라고 부르는 게 맞다는 학자도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45억 년으로 추정하는데, 물도 지구 생성 초창기인 40억 년 전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의 기원은 여러 가설이 있지만 얼음을 품고 있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겨났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물은 모든 생명을 탄생시켰으며, 동시에 그 생명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환경을 유지시켜 준다. 사막 지역이 낮에는 온도가 매우 높다가 반대로 밤이 되면 혹독하게 추워지는 것도 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구상의 문제를 거론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물의 위기'라는 단어다. 69억명의 세계 인구 가운데 최소 11억명 이상이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매년 180만 명의 어린이가 물 부족 혹은 오염된 식수로 인해 사망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결과는 물 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곳곳에서 물의 위기를 경고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한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유수(流水)가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물 자체도 매우 무거워(석유보다 20%)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3분의 1은 브라질과 북미 대륙, 러시아에 있지만 이곳의 인구는 세계의 10분의 1에 불과하며, 반대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모여 있는 반건조 지역에는 물이 8%만 존재하고 있다.

결국 지구상의 모든 물문제는 국지적이다.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져나오는 맑은 물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한 동이의 물을 얻기 위해 수 km를 걸어야만 하는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곤궁한 현실이 잘 와닿지 않는다.

문제를 국내로 국한해도 마찬가지다. 2009년 태백을 중심으로 한 강원 남부지역에서는 취수원이 말라버렸다. 이로 인해 무려 88일 동안 23만 명의 주민들이 하루 세 시간만 물을 공급받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나머지 지역은 거의 물 부족을 경험하지 않았다. 2011년에도 충남 서부지역에 104년 만이라는 최악의 가뭄이 닥쳤지만 다른 지역과는 동 떨어진 문제였다. 한강에 물이 넘쳐나도 영남 남동부의 가뭄을 도와줄 수 없으며, 전남 섬 지역의 물 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

따라서 물은 각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을 감안하면서 각 지역의 기후와 지형 조건, 그리고 주민들의 물 사용 습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최근 '스마트 워터 그리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이는 ICT를 활용하여 수원을 다변화하면서 에너지를 적게 들이고 물 공급·관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앞선 시스템이다. 즉 어느 지역에 어떤 수준의 물이 얼마만큼 필요하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양 방향 정보를 종합적으로 진단,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완성하려면 여러 가지 인프라가 뒤따라야 하고 적지않은 비용도 필요하지만 물 문제 해소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아울러 물 값이 가격탄력성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인상되어야 하며, 가정용수의 25%를 차지하는 화장실 변기 용수를 재생수로 하는 방안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지난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흔히 20세기는 '석유의 시대', 21세기는 '물의 시대'라는 말을 한다. 물의 시대가 '물의 위기 시대'로 정의되지 않도록 전문가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물의 운명이 바로 인류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안양시, 평촌신도시 정비 ‘청신호’ 가속
  2. 위기 미혼한부모 가정에 3000만 원 후원금 전달
  3. 자립준비청년 자기계발비 300만원 후원
  4. 천안시, '담헌달빛관' 개관
  5. 장애인 보조견 환영합니다
  1.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2025년 활동지원사 힐링나들이'
  2. “웃으며 배우는 가족 소통법”
  3. 대전시사회복지협의회-유한킴벌리 대전공장 사랑의 김장 나눔
  4. 취약계층 지역주민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
  5. 위기상황 미혼한부모 가정 위한 통합지원금 기탁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민자 4000억 유치 `K-모빌리티 허브` 만든다

충남도, 민자 4000억 유치 'K-모빌리티 허브' 만든다

충남도와 당진시가 국내 기업과 손잡고 당진항 일원에 대한민국 자동차 수출을 이끌어갈 최첨단 복합물류단지를 조성한다. 조성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민선8기 도가 중점 추진 중인 '베이밸리 건설'과 '당진항 수출 전진기지 육성'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7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이정환 SK 렌터카 대표이사 등과 '케이(K)-모빌리티 오토 허브 일반물류단지 조성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처음으로 자동차산업과 항만물류를 결합시킨 K-모빌리티 오토 허브 일반물류단지는 당진..

대전 청약시장 쏠림현상 뚜렷… 옥석가리기 심화되나
대전 청약시장 쏠림현상 뚜렷… 옥석가리기 심화되나

올해 대전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는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입지와 분양가 등 경쟁력을 갖춘 인기 단지가 선별되면서 '옥석 가리기'가 한층 심화되는 분위기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에 나선 '도룡자이 라피크'가 침체된 분양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GS건설이 공급한 도룡자이 라피크는 1~2순위 청약에서 214세대 모집에 3636건이 접수되며 평균 16.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84㎡B형은 59.1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대부분 1..

민주당, 내년 지방선거 공천 위해 모든 당원 ‘1인 1표’ 도입
민주당, 내년 지방선거 공천 위해 모든 당원 ‘1인 1표’ 도입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을 위해 모든 당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에 착수한다. 그동안 대표나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했던 규정을 개정해 모든 당원에게 투표권을 동등하게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정청래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내년 6·3지방선거에서 열린 공천 시스템으로 공천 혁명을 이룩하겠다"며 "19일과 20일 이틀간 1인 1표 시대 당원 주권 정당에 대한 당원 의사를 묻는 역사적인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계절의 색 뽐내는 도심

  •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교통사망사고 제로 대전 선포식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