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코리아’의 역사를 쓴 국내 디스플레이 생산의 54% 이상을 도맡는 선도지역이 충남이다. 하지만 이제 1위 산업의 ‘자존’이 아닌 차별화된 기술경쟁력으로 경쟁국들의 추격 공세를 뿌리쳐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아산에서 천안, 내포신도시를 벨트로 이으려는 충남이 그 초접전의 선두에 설 수밖에 없다.
다른 산업보다 디스플레이는 전·후방산업 규모가 크다. 탕정산업단지만 해도 210곳의 모듈과 소자, 재료와 부품, 생산과 장비 등 관련 기업이 군집해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더 위축되고 신시장 개척이 부진하다면 소재·부품 업체를 비롯한 후방산업군이 이전할 수 있다. 언제든 변화할 유동적인 환경이다.
강한 의욕만 갖고 디스플레이 허브가 순풍에 돛단 듯 조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충남을 대중국 수출 요충지로 삼기 전에 턱밑까지 쫓아온 ‘빠른 추격자’ 중국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중국은 순수 전기차와 플로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보급 목표를 새로 내놓고 있다. 충남도의 자동차 등과 디스플레이 융·복합 연구개발 계획에 잠재적 위협 요소로 보고 대비할 일이다.
지역이 보유한 비교우위의 환경을 유지하려면 획기적인 성능 향상에 승부처를 두는 수밖에 없다. 물론 디스플레이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에 연구개발이 전부는 아니다. 기술사업화, 인프라 구축,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같은 산적한 과제와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결국 성공적인 디스플레이 메가클러스터의 구축 요건은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다. 이것이 과거 세계 LCD 시장의 90%를 점유하던 일본을 따돌린 동력이었음을 복기해볼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시장 포화상태인 디스플레이 시장을 레드오션에서 다시 블루오션으로 되돌릴 확실한 ‘선도자’ 역할까지 충남은 짊어지고 있다. 국가 전체의 신성장동력이 걸린 문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