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유천동이 또다시 성매매 집결지로 돌아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지역재생을 통한 성매매 퇴출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속을 앞세운 성매매업소 퇴출정책으로 지역경제 침체라는 부작용을 경험했던 터라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08년 경찰과 지자체의 합동 단속으로 사라졌던 유천동 성매매업소가 최근 들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과거로의 회귀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전여성인권상담소 느티나무는 지난해 10월 유천지역에서 성매매업소가 다시 영업한다고 공개한 바 있고, 중부경찰서도 현재 이들 지역에 16개의 유흥업소가 영업을 재개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노래방이나 유흥주점 등으로 신고한 이들 업소가 퇴폐영업을 하는지는 현재까지 직접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조만간 경찰은 이에 대한 점검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18일 야간점검에서 유천동 유흥업소에 점검과 단속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2008년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 해체를 주도해 성사시켰던 황운하 대전경찰청 2부장도 현장점검 후, “내부구조는 성매매가 이뤄지던 2008년과 바뀐 것 없이 영업을 재개했다면 성매매 확산을 우려할 수준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 후 지역경제를 재생할 지자체의 정책적 대책이 병행하지 않을 경우 또다시 성매매 집결지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08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집중 단속 후 유천지역의 유흥주점과 음식점, 세탁소 등 영세업소가 연이어 문 닫는 지역경제 침체를 경험한 바 있다.
대전시와 중구는 2011년 성매매업소의 퇴출로 생긴 지역상권 해체 문제에 대응하고자 '유천지역 생활권 통합정비계획'을 수립했으나, 현재까지 재정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정비계획에 묶여 건물을 신축할 수 없고 도로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유흥업소 외에 다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유천1동의 지난 2월 말 인구는 2008년 대비 9% 감소했고,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주점과 숙박업소도 같은 기간 크게 감소했다.
반면, 성매매집결지로 함께 분류되던 대덕구 중리동은 지자체의 위생점검으로 업소를 압박하고 장애 없는 거리환경과 중고장터를 개설하는 재생정책으로 퇴폐업소를 퇴출한 바 있어, 유천지역과 대조를 이룬다. 유천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학봉 씨는 “성매매업소가 사라지는 것은 모든 주민들이 바라던 일이지만, 그 후에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며 “퇴폐업소가 없어도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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