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문화축제와 관련해 안전사고를 이야기하면 ‘축제에 물을 뿌리는 지나친 기우(杞憂)’로 넘겨버리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지난 2009년 2월 대보름을 맞아 개최됐던 창녕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의 악몽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축제를 하던 중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화마는 관광객들에게까지 옮겨 붙었다.
안전을 위해 억새밭에서 30~50m의 방화선까지 구축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2만여 명 이상의 관광객이 운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요원은 400여 명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소화 장비 역시 형편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화재사고로 인해 1995년부터 시작된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는 6년 만에 폐지됐다.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 사고 이전에도 축제장에서의 사망사고는 끊임없이 잇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2명을 비롯해 2006년 5명, 2007년 2명, 2008년 3명, 2009년 8명 등 매년 축제장에서 관광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2005년의 경우 138억원의 재산피해도 발생했다.
안전사고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 사고와 관련해 2009년 4월 총리실 주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역축제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수립하면서 부터다. 이어 소방방재청은 ‘공연·행사·지역축제장 안전매뉴얼’을 통해 지역축제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한 바 있다. 바야흐로 우리 지역에서도 본격적으로 여러 축제가 열리는 만큼 안전매뉴얼부터 들춰볼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안전만을 지나치게 우려해 차량이나 사람통행을 너무 제한할 경우 자칫 축제의 흥을 깰 수도 있다. 본래 축제란 적당한 흥청거림과 무질서도 섞여 있어야 제 맛이 나기 마련이다. 융통성을 적절히 발휘하되 관람객들의 안전과 관람 편의만은 완벽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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