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둔원고 3학년 학생들이 삭발을 한 채 지난 12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고교 학력평가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 |
삭발 조치에 학부모들의 민원도 만만치 않고, 학생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으나 학생ㆍ학부모들은 반겼다. 이달 초에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도 있었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2012년부터 학생인권 조례제정으로 학생들의 두발을 완전 자유화했기 때문이다.그 영향으로 대전에서도 빡빡머리를 하고 다니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ㆍ학부모 간 '공감'은 둔원고를 '둔원사 스님'으로 만들었다. 삭발 후 학교 분위기는 크게 변했다. 삭발은 학생들 스스로 향학 의지를 다지는 계기점이 됐다고 한다.'삼삼오오' 모여 '삭발 투혼'을 학업 증진에 쏟자는 결의로 이어졌고, 이전과는 다른 '향학열'이 불타오르게 됐다는 게 권현범 교사( 3학년 3반 담임ㆍ영어)의 말이다.
둔원고 주변 풍경도 달라졌다. 삭발 진풍경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빡빡 머리하면 연상되는 바리캉. 이제는 이발소에서 깎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집 주변의 미용실에서 해 준다.
이 학교 주변 미용사들이 제일 먼저 놀랐다고 한다. 최근들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단체로 머리를 밀러 온 경우가 없어서다. 머리를 깎고 온 아들의 모습에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반가워 했다. 자신들이 학창시절과 군대 시절 하고 다니던 머리를 연상했고 이를 통해 한때나마 아들과 소통의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덩달아 둔원고 1ㆍ2 학년과 인근 둔원중학교 학생들도 '둔원사'스타일의 머리를 따라하는 풍속도가 나오고 있다.
3학년 오명근 학생은 “머리를 기를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반삭에 가까운 머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며 “스님이 불공에 정진하는 자세로 학업에 열중하겠다 ”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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