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결과 받고도 수일간 쉬쉬… 'AI 개' 숨겼나

농식품부·충남도 14일 언론보도 될때까지 침묵… '출처 추궁'으로 은폐의혹 키워 안일한 역학조사·사후처리도 '빈축'

<속보>=천안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개가 발견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남도가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본보 17일자 1면 보도> AI가 발생한도천안지역 농장에서 사육하던 개 3마리 중 1마리에서 AI항체가 발견됐지만 농식품부는 각 지자체에 공문으로만 결과를 알리고 쉬쉬하는 등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것.

17일 도와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6일 천안 풍세면 가금류 농장에서 사육되던 개에 대한 시료를 채취했으며, 이후 5일이 지난 11일 정밀검사 결과를 충남도에 통보했다.

농식품부와 충남도는 이 같은 사실이 14일 언론에 공개될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농식품부는 언론 보도 후에야 부랴부랴 “AI가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설명자료를 내고 인체감염에 대한 불안감 진화에만 급급했다.

이 때문에 AI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포유류로 감염된 국내 첫 사례로 충분한 역학조사와 관련 연구가 필요한 사안을 가지고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는 개의 AI 감염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출처 문제를 놓고 충남도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의 은폐의혹에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방법도 문제가 되고 있다. 농장에서 사육하는 개가 3마리임에도 불구하고 시료를 채취할 때 표시를 하지 않아 3마리 중 어느 개에서 AI 항체가 발견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농장주인은 수십통씩 오는 문의전화에 개를 살처분 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사후 관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역학조사 등을 이유로 격리 수용 조치만 취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통 3일 만에 나오는 검사가 5일이 걸린 것은 정밀검사를 해봐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된 것”이라며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검사 기간을 늘리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언론에 보도하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온 적은 없다”며 “도가 추궁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도 없다. 큰 사안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충남대 서상희 교수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AI가 닭에서 개에 전염됐다고 해서 사람에 전염될 가능성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개와 고양이는 호흡기 구조가 닭과 비슷하지만 사람과 돼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내포=정성직 기자 noa7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