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알고 지킵시다] 경도인지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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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알고 지킵시다] 경도인지 장애

정상노화와 치매 중간단계… 관리 소홀시 치매로 현재까지 정해진 치료법 없어… 생활습관 개선 등 진행 지연 가능

  • 승인 2014-03-17 13:56
  • 신문게재 2014-03-18 10면
  • 김미화 과장(대전웰니스병원)김미화 과장(대전웰니스병원)
▲ 김미화 과장(대전웰니스병원)
▲ 김미화 과장(대전웰니스병원)
노후에 가장 피하고 싶은 병으로 치매가 손꼽히고 있다. 불치의 병으로 인식되어 본인과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무서운 병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하지만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일부 치료 가능한 치매도 있다. 또한 조기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할 경우 병의 경과를 좋게 하고 진행을 늦출 수도 있으므로 관심을 가지고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이 먹으면 다 그렇지 뭐.” 많은 환자들은 기억력의 저하가 노화에 따른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73세 여성이 약 1년 전부터 시작된 기억력 감퇴를 주소로 외래에 내원하였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무슨 일을 하려다가도 잊어버려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쉬운 단어인데도 잘 생각이 나지 않고 입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검사를 통해 이분은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았다.

경도인지장애는 동일한 연령과 교육수준에 비해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나, 일상생활능력과 사회적인 역할수행능력은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즉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 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정상 노인에서 매년 1~2%정도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과 비교하여 매우 높은 수치이다. 간혹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관리를 소홀히 하여 치매로 진행되어 다시 외래를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도인지장애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크게 기억저하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와 기억력은 크게 저하되지 않으면서 수행기능, 언어, 시공간능력 등의 손상을 보이는 비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중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도인지장애의 진단은 포괄적 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자세한 병력청취, 신체검사 및 신경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간이정신상태검사나 좀 더 정밀하고 표준화된 신경심리 검사를 통해 인지기능 및 정신상태를 평가하며 일상생활능력 평가가 이루어진다.

뇌의 구조를 보기 위한 뇌 영상 검사인 뇌 컴퓨터 단층촬영(CT) 또는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하며 뇌의 포도당 대사 및 혈류 상태를 보는 기능적 뇌검사 (PET, SPECT)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밖에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을 찾기 위한 일반혈액검사, 생화학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매독검사, 비타민 B12, 엽산 농도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된다.

병력 청취 및 검사를 통해서 치매로 이행될 확률이 높은 경우를 추측해 볼 수 있다. 당연히 임상적으로 심한 기억장애가 있는 경우 치매로 이행될 확률이 높다. 또한 뇌MRI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나 내측두엽의 위축이 관찰되거나 알츠하이머병을 시사하는 특정 PET 양상이 관찰된다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가능성이 높겠다. 그 밖에 특정 아포지질단백 유전형을 가진 경우(ApoE 4)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검사는 아니다.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노인우울증이다. 노인이 되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 및 외로움 등으로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우울증은 그 자체가 인지기능 저하를 가져오며 주의력과 기억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도인지장애라도 우울증이 동반되면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우울증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정해진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를 보이면서 영상검사에서 해마 위축을 보인다면 약물치료(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또한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으며 병의 중증도를 낮출 수 있다.

첫째,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세포간의 연결을 원할 하게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3회 이상 30분 이상 숨이 다소 가쁘거나 땀을 흘릴 정도로 걷기, 수영, 에어로빅, 스트레칭, 볼링, 자전거타기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무리한 운동은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둘째, 활발한 사회 활동이 필요하다. 혼자 지내면 치매가 1.5배나 증가한다. 친구, 이웃과 자주 만나 함께 지내보자.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여행하기, 뜨개질 등 여가 생활을 즐기자.

셋째, 적극적인 두뇌활동이 요구된다. 텔레비전 시청과 같은 적극적 사고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치매 위험이 높아지므로 독서, 게임, 글쓰기, 악기연주 등을 통해 치매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넷째, 뇌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자. 육류를 즐기는 사람은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3배나 치매 위험이 높다. 육류를 줄이고 생선을 섭취하자. 채소와 과일을 매일 섭취하며 물을 많이 먹고 (신장, 심장질환자 제외) 필요하면 비타민제를 복용할 수 있다. 환자 자신이 기억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증상을 부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최근의 일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성격변화가 생겼다면 주의 깊게 관심을 가지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인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하고 뇌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자. 건강한 신체뿐 아니라 건강한 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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