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균]대전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신영균]대전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세설]신영균 씨지엠 컨설팅 대표

  • 승인 2014-03-17 13:47
  • 신문게재 2014-03-18 17면
  • 신영균 씨지엠 컨설팅 대표신영균 씨지엠 컨설팅 대표
▲ 신영균 씨지엠 컨설팅 대표
▲ 신영균 씨지엠 컨설팅 대표
대전에는 이야기(스토리)가 있을까.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대전은 전국을 연결하는 교통의 허브를 담당하는 곳이다. 흔히 대한민국의 중심이라고들 말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려한 자연조건과 지역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전은 이야기가 없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알려지고 있는 계족산의 맨발로 걷는 황톳길 정도가 고작이다.

얼마 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일명 '완주스토리'다. 완주스토리는 전북 완주군의 이야기다. 완주군은 얼마 전부터 이 단어를 공식적인 완주군의 대표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완주스토리는 완주군의 길과 마을과 관광명소 등을 이야기처럼 만들어가면서 홍보하는 완주의 이야기다. 여기에 농촌살리기 일환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하는 이야기를 하나 더 얹어 놓았다. 그래서 '완주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완주군의 로컬푸드를 떠올리고 여행지를 떠올리고 길을 떠올린다.

완주군은 로컬푸드를 알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듯하다. 그리고 완주스토리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완주스토리라는 말의 뜻은 완주군의 이야기라는 의미와 마라톤에서 완주하는 이야기라는 두 가지 뜻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완주스토리라는 단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입소문을 타고 여러 대중매체에도 오르내리면서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널리 확산되어 나갔다.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알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 홍보기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스토리텔링'이란 말이다. 제품을 팔지 말고 이야기를 팔아야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지역을 알리거나 기관을 알린 사례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양이'를 연상하는 이야기를 시장이 직접 나서서 흥겹게 알리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지역의 이미지를 크게 알린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도 있고 오래전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이야기로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지역민들의 사랑까지 얻어낸 부산경찰의 예도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대전은 타지역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졌을까? 대전은 무엇이 유명하고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필자는 4년 전에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거주지를 옮기기 전에 대전을 바깥에서 바라 본 사람이다. 대전의 바깥에서 바라볼 때 대전의 이미지는 지형적으로 알려진 국토 중심지와 과학도시의 이미지 외에는 다가오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대전으로 이사를 와서 4년 동안 필자가 본 대전은 참 많은 것을 안고 있는 도시다. 시내를 관통하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은 놀라웠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3개의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하천이 통과하는 도시는 없다. 대전은 북쪽으로 대청호라는 커다란 호수를 가지고 있다. 금강이 흐르고 있고 계룡산이 있다. 대전만이 가지고 있는 묵밥과 두루치기라는 꽤 괜찮은 음식도 있다. 과학 연구단지가 있고 대학이 많고 엑스포공원이 있다. 뿌리공원이나 이응노 미술관 같은 특색이 강한 곳도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형적, 문화적 자산이 많은 곳이다.

그러나 대전 사람들만 알고 있다. 서울에서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이 대전으로 놀러 올 때 정말 대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3월이면 경남 하동군은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타지인들의 발길이 몰린다. 이유는 단 하나, 벚꽃을 보기 위해 하동군으로 가는 것이다. 전국에 수많은 벚꽃길 중에 왜 하필 하동군일까. 하동의 벚꽃길은 일명 '십리 벚꽃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릿길을 따라 벚꽃이 피어 붙여진 십리 벚꽃길이라는 이름 하나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대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이 찾아올까? 계족산과 성심당 외에 또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을 부르고 있을까. 풍요로운 대전을 알려야 한다. 완주군처럼, 고양시처럼 시가 앞장서고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로 대전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중심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과 발길을 끌어 모아야 한다. 어쩌면 원도심 활성화와 대전 균형발전도 이 안에서 해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기승전결로 구성된 문장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흔한 자랑이 아닌 감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알려야 한다. 대전이 주어가 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