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우선이기에 재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수술 며칠 전 갑자기 병원 측은 특진비를 거론하며 당초의 2배 금액인 600만원대의 수술비를 제시했다. 김 할머니와 가족들은 황당했지만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2. 대전 서구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는 정 모(59)씨는 건강검진을 받다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식도 쪽에 이상이 있어 당장 수술해야 한다며 입원과 각종 정밀검사를 권유하는 의사 말에 계약된 공사를 포기하고 바로 입원했다. 하지만 며칠 후 의사는 일정 상 한 달 후 수술을 권유했다. 정씨는 두 건의 공사계약을 포기해야 했고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물론 공사업계에서의 신용은 무너졌다.
최근 천안에서 멀쩡한 다리를 수술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수술시 병원으로부터 겪은 부당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16일 대전ㆍ충남지역주민들에 따르면 병원 측에서 수술날짜를 마음대로 바꿔 생업에 지장을 받는가 하면, 수술직전 갑자기 수술비가 수백만원 더 올라가거나 급하다는 말로 수술을 재촉하는 등 환자와 가족들에게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병원은 '법대로'를 주장하기 일쑤고,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조차 “부당대우는 맞지만,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해 서민들은 의지할 곳이 없다고 토로한다.
수술시 부당대우를 받았던 정씨는 “이것저것 질문하면 의사가 기분나빠해 수술에 지장 있을까봐 '예'라는 대답밖에 못한다”며 “다소 나쁜 수술 경과에 대해 진료를 받으러 가도 수술직후에 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식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외에도 만사를 제쳐두고 입원실에 누운 주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 갑자기 입원해 비싼 검사를 받은 탓에 다른 병원에 가보기도 쉽지 않다.
부당대우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의료소송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가장 어려운 소송 중 하나로 꼽히는 의료소송 건수는 지난 2002년 665건에서 지난해 1100건으로 60% 증가했다.
주목할 만 한 것은 이 중 설명 의무 위반이나 불성실한 진료로 인한 위자료를 환자가 신청해 지급받는 경우가 22%에서 31%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만 환자의 완전 승소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령의 한 병원 행정과 직원은 “병원 측에서는 수술 동의서를 받는 등 법에 위반되지 않는 최소한의 선은 지켜 법적 분쟁 시 유리하다”며 “사소하게는 병원 측의 반말이나 사전설명 없는 치료 등 부당한 것을 병원 민원카드, 게시판 등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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