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규]대전문단 그 무렵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서석규]대전문단 그 무렵

[문화초대석]서석규 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4-03-16 14:05
  • 신문게재 2014-03-17 16면
  • 서석규 문화칼럼니스트서석규 문화칼럼니스트
▲ 서석규 문화칼럼니스트
▲ 서석규 문화칼럼니스트
1955년 10월 30일 대전문화원에서 가진 '문학의 밤' 행사를 마치고 찍은 한 장의 기념사진.

나는 가끔 이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열정에 들떴던 그 무렵의 대전을 생각한다. 어느 도시보다 가혹했던 대전의 폐허, 그 거친 도시에 '문화의 샘'을 파고 '문화의 불씨'를 지피던 대전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그리고 그 분들의 뒤를 따라 다니던 '행복한 나의 대전시절'에 취한다. 1955년 무렵 대전에서는 '문학의 밤' '작품 낭독회' '시화전' 같은 문학행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대전의 문인 사회가 방황을 멈추고 작은 모임을 시작한 것은 1952년. 자주 모이면서 등단의 용트림이 시작됐다. 문학도들에게 교과서 같은 구실을 하던 유일의 순수 문예지 '문예(文藝, 53년 3월)'의 소설 추천을 마치고 등단한 권선근 선생에 이어 대전 문단에 큰 활력소를 불어 넣은 것은 55년이었다. 시에서 52년과 53년에 각각 1, 2회를 거친 한성기 선생이 이 해 4월에 3회 추천을 마쳤고, 소설에서 추식 선생이 1월 1회에 이어 5월에 추천을 마쳤고, 시에서 박용래 선생이 55년에 1회, 56년 1월 2회에 이어 56년 4월에 추천과정을 마치고 등단하였다. 이희철 선생이 55년 종합 월간지 '신태양'에서 공모하는 전국학생문예작품현상모집 시 부문에서 당선되었다.

주춤거리던 신문사의 신춘문예현상모집이 한꺼번에 시작된 것도 55년(모집:54년말)이었다. 이 해에 임희재 선생의 희곡이 조선일보에서 당선됐고, 서석규의 동화가 한국일보에서 당선됐다.

대전의 젊은 문학인들이 모여 한국문학가협회 충남지부를 발족시킨 것도 이 해 7월 17일이었다. 대전문화원에서 있었던 창립총회에서 회장 이재복, 시분과 한성기, 소설분과 권선근, 희곡분과 임희재 선생이 각각 분과회장을 맡았다. 총회의 시발을 알리는 '충남 문협회보' 제 1호(8.6)에 이어 연말까지 4호를 발간했다. 이 회보의 편집은 협회 결성을 주도했던 한성기 선생이 맡고, 등사해서 배포하는 일은 정재수 선생이 맡았다. 이듬해인 56년 3월 1일자로 창간한 협회 잡지 '호서문단(湖西文壇)도 문학과 문단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한성기 선생의 봉사로 이루어졌다. 이 때 회원은 40명(대전-23 공주-9 기타지역-8)이었다. 더 넓은 서울에 가서 제대로 글을 쓰자며 중도일보 세 사람(추식 임희재 서석규)이 대전을 떠나 서울의 작은 여관방 생활을 시작한 것은 56년 1월이었다.

문학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전국 어느 도시보다 활기에 찼던 이 시기를 우리는 '대전의 르네상스'시대라 부른다. 전국 여러 고을의 그 무렵 문화풍토를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물어 본 적이 있었다. 대전만큼 열정에 충만했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무렵 '대전의 문학과 미술과 음악의 개척사'에 놀란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형성한 일본인 중심의 대전에 '우리문화의 한밭'을 일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0년이 흘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