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규 서산교육장 |
교육현장에서는 삼월이 정월(正月)입니다. 겨울방학이라는 휴지의 시간을 가졌던 학교가 신입생과 새로운 선생님을 맞고 새롭게 시작하는 첫날이 3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월 첫 등교일의 아침 풍경은 언제나 설렘입니다. 기대와 호기심으로 등교하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거리는 그 자체로 희망입니다. 새로 만나게 될 급우들, 새로 만나게 될 선생님, 새로 만나게 될 우리 교실 등 아이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교문을 들어서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의 부푼 기대와 호기심, 열정 등이 함께하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하고 어른들이 바람을 가져보는 것도 삼월입니다.
행복이 시대 사회의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희망의 새 시대'라는 지향과 함께 출발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제부흥과 함께 '국민행복'을 최우선 국정기조로 삼고 있습니다.
행복이 시대 사회의 의제가 되었다는 것은 그 만큼 행복에 대한 강렬한 수요가 있다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는 비율은 전 세계에서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 사회는 성장하는데 국민 개개인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질적인 풍요는 넘쳐나는데 정신적인 개념인 행복의 빈곤을 겪는 현장을 흔히 보게 됩니다. '행복'은 추상명사입니다. 만져지거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를 보면 저 사람은 행복이라는 물건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가 하면 저 사람은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을 그냥 보면 알게 됩니다. 육안(肉眼)으로는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 도 없지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심안(心眼)을 통해 우리는 직감적으로 알게 됩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은막의 여왕 중에 마릴린 먼로라는 미국의 여배우가 있었습니다. 흔한 요즈음 표현으로 하면 한 시대를 온통 '마릴린 먼로 앓이' 광풍의 주역이었고 만인의 연인으로 한 세상을 살다간 여자, 약물 과다복용으로 3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세기의 배우가 있었습니다. 그 연인이, 그 여자가, 그 여배우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평생 한 번도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던 은막의 여왕이었던 그녀. 동시대인들에게 행복의 아이콘 같았던 마릴린 먼로였지만 단 한 번 행복했던 기억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우리는 도대체 행복이라는 추상명사는 무엇이 충족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한 지역의 교육계 수장으로서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깊은 고민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대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행복한 학교, 행복한 학생 상 구현을 위해 공청회, 의견 조율 등의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 내 놓은 우리교육지원청의 처방은 '3안 3무'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삶의 무대인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안정될 때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상태가 되리라는 믿음, '학교폭력, 학생들의 음주, 흡연, 학업 중단' 등의 3가지가 없어질 때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아이들이 진정 행복을 느끼는 세상'이 구현 되리라는 믿음을 갖습니다.
아이들 우리의 미래입니다. 아이들 우리의 귀중한 내일의 자산입니다. 이 아이들의 심신이 불행이라는 그늘에 멍들지 않고 행복이라는 물건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아름다운 가정, 학교, 지역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한 사람이 꾸는 것은 꿈이지만 모든 사람이 같이 하면 현실이 된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구현을 위해 모두가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하는 3월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