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떼면 뭐하나… 못걷은 과태료 880억

대전·충남청 체납등록 30만명… 300만원 이상도 39만건 달해 경찰, 징수노력 부족도 한 몫… 수천만원 안내고도 도로 활보

대전·충남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받고도 경찰에 납부하지 않은 체납액이 880억원에 이르고 있다.

대전경찰청에 등록된 과태료 체납 운전자가 15만명에 이르고, 충남경찰청에 100만원 이상 체납한 운전자도 7400명에 달한다.

이는 교통법규 과태료 체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운전자들의 낮은 납부의식과 함께 과태료를 공평하게 징수하는 데에 소홀한 경찰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본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전경찰청이 부과한 교통 과태료 중 지난해 말까지 474억2100만원을 징수하지 못했고, 같은 시기 충남경찰청은 412억3500만원이 체납됐다. 교통법규를 위반해 경찰이 적발하고도 대전경찰청이 84만건, 충남경찰청은 75만건의 과태료를 지난해 말까지 징수하지 못했다.

개중에는 체납액이 300만원을 웃도는 고액 과태료도 있어 대전은 25만건, 충남 14만건의 고액 과태료가 미납된 상태다.

게다가 과태료를 내지 않아 대전과 충남경찰청에 각각 운전자 15만명이 교통 과태료 체납자로 등록돼 있다. 지역의 한 차량은 그동안 교통법규를 위반해 790번 적발돼 과태료 4200만원을 부과받고도 모두 미납한 채 지금까지 도로를 누비는 실정이다. 경찰 교통과태료를 상습적으로 미납하고도 제재 없이 운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교통과태료가 모두 국가 예산에 귀속돼 지방경찰청의 재정에 직접적으로 도움되지 않고, 과태료 징수에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한다는 점이다. 경찰서마다 교통질서 단속인력은 많으나 과태료를 징수하는 인력은 1~2명 수준으로, 고액체납자를 찾아가거나 번호판을 영치하는 적극적인 징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경찰 교통질서 단속이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에 집중되는 경향도 체납액을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과태료 체납자의 차량을 공매하고 예금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납부를 유도하고 있다”며 “경찰의 과태료 징수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고, 현장에서 이를 징수할 인력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