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아동학대 없는 세상이 그립다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김덕기]아동학대 없는 세상이 그립다

[중도시평]김덕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4-03-11 14:03
  • 신문게재 2014-03-12 16면
  • 김덕기 편집부국장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 김덕기 편집부국장
아동학대 소식이 여전히 뉴스를 장식할 때마다 마음이 갑갑하다. 피해아동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동학대를 추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답답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성적인 측면에서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폭력이나 가혹행위 및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

지난 해 10월 함께 살던 계모의 학대로 8살 이서현 양이 목숨까지 잃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줬다. 당시 숨진 이양은 양쪽 갈비뼈 16개가 골절된 상태임이 확인됐다. 특히 부모가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이양이 아동학대에 시달렸고 그 때마다 사회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하는 제도적 장치 미비와 인식 부족으로 이 양이 끝내 희생된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나마 제2의 이서현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사건의 전개과정과 제도적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정리한 '이서현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럽다.

아동 학대 피해자의 이름을 딴 '이서현 보고서'는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다. 2000년 영국에서 빅토리아 클림비가 아동학대로 숨졌을 때 영국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림비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서현 보고서'에는 아동학대를 처리하는 사회적 무관심과 제도적 미비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특히 울산 조사에서는 초등학교 교사, 학원장, 치료 의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의심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이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조사 결과 신고의무자 중 단 한 명도 신고의무자 교육이나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지 않았다.

학원의 경우 본인이 신고의무자인 줄도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서현 보고서'는 개선 필요사항에 “신고의무자 직군 종사자에게 자신이 신고의무자임을 알도록 고지할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각 직군별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징후 관찰과 대응 요령을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양 사건처럼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및 범죄가 다반사가 된 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2001년 2105명이던 아동학대 발생수는 2011년 6058명으로 11년 동안 2.9배 늘어났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가장 많았다. 다음은 친(외)조모, 시설 종사자, 친인척, 이웃, 부모의 동거인, 교사 순 이었다. 특히 부모 중에서도 친부, 친모, 계모, 계부 순 이었다. 이렇게 학대 행위자의 80% 이상이 부모이고 정상적인 사람들이다. 단지 소수만이 성격 장애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며 학대의 주 가해자가 되는 부모, 학대를 받는 아동, 학대가 발생하는 가정, 사회 요인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비롯된다. 나아가 아동학대는 가정불화로 번져 청소년 범죄가 된다. 청소년 범죄의 수위도 이젠 성인 범죄의 수위와 맞먹을 정도로 심각하다. 가정불화와 아동학대에서 이어진 비극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 해결방안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예방이 앞서야 한다. 우선 아동학대에 대한 부모교육 및 아동시설 종사자의 자질과 교육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 져야 한다. 또 아동대상으로 학대에 대한 인지능력과 방어 및 신고요령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제2, 3의 피해가 없도록 의심되는 부모나 기관은 즉시 격리시키거나 손을 떼게 한 뒤에 완벽한 조사 후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 자식의 명령 복종적인 수직적 관계, 가부장적 사고, 내 자식 내 맘대로라는 자식의 소유물화, 유교사상의 그릇된 이해, 때려야 정신 차린다는 절대적인 사고, 체벌의 정당화 등 이런 사고방식들이 개선돼야 한다. 국가는 양육부담으로 인한 아동학대, 방임이 없도록 양육 기술 교육이나, 사회적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

정부가 최근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만큼 정책 효과가 있길 기대한다. 아동학대가 없는 세상을 보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