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충]권력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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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충]권력이동

[수요광장]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 승인 2014-03-11 14:03
  • 신문게재 2014-03-12 17면
  • 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 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 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45억 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한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것은 30억 년 전이고 인류는 15만 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역사 중에서 인간의 기록된 역사는 1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5000년 정도다. 5000년 인간의 역사 중에서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최근 50년은 매우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 이전 4950년보다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항상 온수가 나오는 아파트에 TV, 냉장고는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휴대전화는 인터넷과 결합해 세상 곳곳을 누비며 소통도 하고 정보도 얻고 쇼핑도 한다. 모든 업무처리는 컴퓨터로 이루어지며 자동차로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우리는 이를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지식정보가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시대다. 10여 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본을 제치고 휴대전화, 반도체, TV를 비롯한 전자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50년 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세계 TOP10 경제 대국이 되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세상이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활방식의 변화를 초래했다. 정보가 중요시되다 보니 어른들이나 선배들의 경험의 가치가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의 정보처리능력이 중시되고 대용량 DATA의 활용으로 정보의 새로운 영역이 창출되고 있다. 업무의 자동화로 누구나 일을 할 수 있게 돼 여성들의 사회참여와 역할이 커지고 있다. 부부가 함께 직장생활을 함으로써 대가족제도는 해체되고 가사는 분담하게 됐다. 한 사람의 의사가 아닌 가족 구성원 전체의 의사가 소중한 시대가 되었다. 정보가 분산되고 민주화가 이루어져 계층제적 조직문화는 사라지고 구성원 각자의 능력이 중요시되는 네트워크형 조직이 자리를 잡았다. 제도가 정비되고 사회가 투명해지면서 업무처리에 관리자의 재량권이 줄어들어 담당자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권력이라고 할 때 권력은 사회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동한다. 무력 부 지식은 권력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라고 한다. 미래에는 '권력이 개인 기업 국가에서 본질 그 자체가 변화하면서 궁극적으로 지식정보계층이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통제하게 된다'는 미래학자 토플러의 언급을 예외로 하더라도, 현대의 급격한 사회변화는 권력의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권력은 대통령에게서 시민에게로, 어른에게서 젊은이에게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관리자에게서 실무자에게로, 사용자에게서 노동자에게로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즉 소수에게서 사회적 약자인 다수에게로 지속적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정보화가 진행되는 속도만큼 권력이동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권력이 소수에서 다수로 이동해 분산되다 보니 아무도 본인이 권력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한경쟁의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까딱하면 뒤처지기 때문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아무도 미래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분산된 권력은 이기주의와 결합했다. 급변하는 변화 속에서 경쟁하다 보니 누구나 자신만을 생각하지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승자나 패자나 모두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본인은 소외계층이라고 느끼면서 남을 탓하기 바쁘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냄새 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효율도 중요하고 실적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이익이 무엇인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존중해 주어야 하는 것처럼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도록 적극 포용해야 한다. 정부나 다른 사람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권력이 줄어들었다고 또는 늘어난 것이 조금 밖에 없다고 사회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일상에서 가끔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봐야 한다.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급격한 권력이동의 사회에서 모든 계층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따뜻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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