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재득 민주평통 대전중구협의회장 |
논어의 안연편에서도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하여, '신뢰가 없으면 제대로 설 수 없다'라고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여 년간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 경제 등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결국은 뿌리 깊은 불신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착 여부는 향후 대북 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신뢰란 단 시간에 쌓여지는 대상이 아닌 만큼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해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선언, 2007년 10·4선언 등 남북관계에서 역사적인 결과들이 산출되었음에도 보다 발전적인 남북관계로 정착되지 못한 것은 남북 간에 상호 불신의 벽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더구나 북한과 다르게 우리 정부의 경우, 정권교체시마다 이벤트성으로 추구되는 남북관계는 북한에게 유리한 기회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보 이슈를 쥐락펴락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당국을 이용하려고 했다. 현재 북한의 정치상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으로 3대에 걸친 권력승계가 진행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 권력승계 이후 핵무기·경제 병진노선을 공식화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중국의 만류에도 3차 핵실험을 진행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 경제가 실제로 대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한 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 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덕담이 아닌 객관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통일이 될 경우 20년간 지출될 통일비용은 3440조원인 반면, 국내총생산(GDP) 증가 등 편익은 630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을 바 있으며, 세계적 투자기관인 골드먼삭스는 2009년에 내놓은 '통일한국 북한위험 재평가'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할 경우 30년 내에 영국과 프랑스 같은 서유럽 선진국을 넘어서고 2050년에 GDP 세계 2위에 오른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및 경제권도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되고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북한주민의 인권, 기아문제, 이산가족 등의 문제들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제안한 통일 청사진은 1960년대 “잘 살아보세” 이후 50년 만에 제시된 국가-국민적 아젠다로 국가와 국민의 에너지를 한군데로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로 가는 청사진을 이룰 기반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착에 1년 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도발을 일삼던 북한으로부터 '남북관계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중대제안을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미 지난해 개성공단의 정상화 과정에서 효력을 발휘한 바 있고, 올 2월에는 6년 2개월 만에 이루어진 남북한 고위 당국자 접촉을 통해 한·미 훈련기간에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루어짐으로써 결실을 맺고 있다.
향후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겠지만 대중관계, 국제관계에서 북한의 고립된 상황으로 보아 남북한 신뢰만 담보된다면 보다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가 진행될 여지가 크다. 앞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호혜주의의 원칙에 기초한 협력사업을 진행하되, 신뢰에 반하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핵무기 무장으로 체제유지에 급한 북한당국이 이성을 되찾길 바란다. 이와 함께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납북자 및 국군포로 귀환 등 보다 실질적인 성과가 맺어지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