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학 내부에서도 섬유, 화공, 조선, 기계, 전자, 컴퓨터 등으로 선호도가 계속 바뀌기는 했으나 우수한 공학인력은 지금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지금처럼 잘 살게 된 중요한 밑거름을 제공했다. 199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은 우리 나라에서는 선호하는 직업이 달라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 같다. 경제 발전의 반대 급부로 우리 나라의 산업용지 비용과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산업구조는 일대 전환점을 맞이한다. 또한 정부가 권장하고 대학이 대거 참여하는 벤처기업의 시대가 도래했다. 따라서 1990년대에는 학생들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 또는 중소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요즘처럼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자산 운용과 경영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대학 교수 또는 연구원들이 위주가 되었던 벤처기업의 성공확률은 매우 저조했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 들어 IMF로 대변되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우리 사회에서 도전이라는 말 대신에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지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시기였다고 본다. 우수한 학생들은 미래의 꿈이나 국가의 장래와는 상관없이 생활의 보장이 상대적으로 확실한 의학, 약학, 수의학, 법학, 공무원 분야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졌다. 대학생들은 과거 전문대에서 응시하던 7급이나 9급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정부가 운영하는 따라서 도산의 위험이 없는 공사나 공단이라는 직장을 선호하면서, 공무원시험과 공사의 입사경쟁률이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중소기업은 오히려 인력난을 겪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의 직업 선호도가 시대의 상황에 따라 이처럼 급변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이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국가적인 생산성 또는 요즘 말로 창조경제의 창출 차원에서 우수한 집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변화의 시대에는 선생님이, 경제발전의 시대에는 이공계가 금융위기의 겪은 이후에는 공무원 또는 대기업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훈련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안정적인 직장이 좋다고 하여도 본인의 꿈이나 계획 보다 안정이 우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선택하는 것 보다 남들이 평가하는 자신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한편, 7080의 이공계 엘리트 인력을 잘 훈련 시킨 것은 5060 시대의 엘리트들인 우리 나라 고등학교의 우수한 선생님들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이 선생님들이 가르쳤던, 때로는 엄청난 수준의 학문적 난이도는 훗날 제자들의 가공할 무기로 작용하였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훌륭한 스승 아래에는 훌륭한 제자가 배출된다. 지금 1990년대 이후의 세대들에게 7080은 경제적인 풍요를 안겨준 세대다. 1990년 이후의 세대들이 미래의 세대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는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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