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표심만 자극해서 계속 서대전역을 통한 KTX 이용을 담보할 성질이 아니다. 돌아보면 대선정국에서도 KTX 논산 정차 등이 공약으로 수면 위에 부상했다가 선거가 끝나자 이내 잠잠해졌다. 화려한 말의 성찬이 아닌 구체적인 전략과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지역적 이해관계가 겹쳐 충청권 내 조율과 양해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KTX 오송역이 있는 충북은 대전·세종·충남권에 맞불을 놓는 중이다. 선거 국면에서 지금 보듯이 지리멸렬하게 쟁점화되면 향후 대응에 불리하다. 지역 성장동력에 긴요하지만 현실과 방법론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관철시키기는 어렵다.
작금의 지역현안 챙기기를 놓고 고속철도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는 전북 측의 반발 또한 걸림돌이다. 물론 그동안 아무것도 안 했던 건 아니다. 대전시와 계룡시, 육해공군본부, 육군훈련소 등이 함께 서대전역, 계룡역, 논산역 경유를 정부에 촉구했지만 긍정적인 회신은 듣지 못했다. 서대전역~논산역 구간 승객이 연간 190만명에 이르는 승객 수요를 어떻게든 반영해야 한다.
노선 변경 없이 만일 예정대로 간다면 내년 전용선 개통 이후 서대전역, 계룡역, 논산역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만 통과하게 되는 상황이 오고 말 것이다. 하루 48차례 운행에서 다소 줄여 운행을 계속하자는 대안까지 나온다. 지난 2006년에도 당시 36회 운행 중이던 KTX를 12회 이상으로 줄이는 안이 제시된 전례도 있다.
어떤 논의든 가능하지만 첨예한 지역 현안일수록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시간도 많지 않다. 선거용 호재로다 싶어 너도나도 건드려 다른 지역을 자극하면 득실 면에서 이롭지 않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 역시 바른 대처법은 아니다. 무책임한 약속 남발과 지역 갈등은 일을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끝으로 KTX 서대전역 통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하길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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