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 의존한 검찰 수사방식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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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 의존한 검찰 수사방식 제동

법원, 검찰이 중형 구형한 강간상해사건 무죄 판결 “피해자 잦은 진술 번복… 다른 증거와도 맞지 않아”

  • 승인 2014-03-06 18:03
  • 신문게재 2014-03-07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방식에 제동을 건 판결이 나왔다.

검찰이 범죄가 확실하고 유죄 입증에 자신이 있었다는 점에서 중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물론, 검찰 수사단계에서조차 피해자의 진술이 여러 차례 번복됐음을 근거로 무죄 판단을 내리며 '무리한 기소'를 우회적으로 꼬집었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강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43)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이 밝힌 김씨의 범죄 사실 요지는 이렇다.

김씨는 2013년 7월 오후 10시께 대전 중구의 모 나이트클럽에서 속칭, '부킹'으로 여성(37)을 만났다. 여성이 술에 취하자, '함께 있던 일행이 모텔로 갔는데, 우리도 거기로 가자'며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둔산동 포장마차에서 1시간 정도 술을 더 마셨다. 자정이 지나자, 김씨와 여성은 택시를 타고 월평동의 한 모텔에 내려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일행은 거기에 없었고 김씨가 여성과 성관계를 시도했다가 거부당하자, 폭력을 행사해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물론, 김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우선 직접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고 판단해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살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찰 신고 당시에서부터 경찰서와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조사, 법정 등에서의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일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성이 김씨를 만나게 된 경위에서부터 모텔로 이동하게 된 경위, 모텔방 안에서의 상황, 사건 발생 이후의 정황 등에서 여러 차례 진술이 번복됐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재판부가 무죄 판단을 내린 건 모텔 CCTV와 DNA, 김씨의 성기능장애다.

우선 모텔 CCTV 확인 결과, 피해자는 김씨의 허리를 잡고 종업원에게 맥주를 주문하며 방으로 무리 없이 걸어갔다. DNA 조사에서도 여성의 손톱 외에 다른 신체와 속옷 등에서 김씨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건 당시 김씨는 장기간의 당뇨합병증으로 동맥성 발기부전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진술 번복의 내용과 정도가 수긍하기 어려우며 다른 객관적 증거들과 부합하지 않는 사정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피해자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저스티스 황윤상 변호사는 “강력하게 부인했음에도, 구속기간(21일) 내에 모든 수사를 마무리하려다 보니 처음부터 부실할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와의 대질조사를 비롯해 면밀한 조사도 않은 채 구속부터 시키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방식을 지적한 판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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