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정 문화재 절도범의 '비밀 수첩'

공범 9명 전원 검거… 일본 사찰주소 184개 적힌 장부도 압수

일본에서 국가지정 문화재를 훔친 뒤 국내에 반입한 일당 중 1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경찰이 새롭게 확보한 일당의 수첩에는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한 일본의 유명 신사 및 사찰 184곳의 주소가 기록돼 이들의 계획적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전망이다.

6일 대전경찰청은 일본 원정 문화재 절도단 중 최근까지 검거되지 않았던 강모(62)씨를 대구에서 붙잡아 특수절도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강씨는 앞서 붙잡힌 일당과 함께 2012년 10월 일본 나가사키현에 있는 신사 두 곳에 침입해 일본 국가지정문화재인 동조여래입상과 현지정 유형문화재인 대장경을 훔친 혐의다.

또 나가사키현의 관음사에서 현지정 유형문화재인 관세음보살좌상을 들고나왔다.

이들은 이렇게 훔친 문화재를 국내에 들여왔고, 수억원을 받고 판매하려다 경찰에 붙잡혀 김모(71)씨 등 일당 3명은 재판에서 징역 3~4년형을 받았고 4명을 불구속입건된 바 있다. 도피했던 강씨가 이번에 구속됨으로써 일본 원정 문화재절도단 9명은 모두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더욱이 경찰이 강씨를 구속할 때 확보한 수첩에는 일본 후쿠시마현 등 8개 지역의 유명 신사 및 사찰 주소 184개가 기록돼 있었다. 경찰은 수첩을 통해 이들 일당이 일본 신사와 사찰을 돌며 문화재를 더 훔칠 계획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훔쳐 국내에 반입한 관세음보살좌상은 불상 안에 결연문을 통해 충남 서산의 부석사에서 14세기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내 반환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동조여래입상은 8세기 통일신라 시대에 한반도에서 제작된 것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불상은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