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선]그래도 새 것이 좋은 이유

  • 오피니언
  • 미디어의 눈

[고미선]그래도 새 것이 좋은 이유

[중도시감]고미선 편집부장

  • 승인 2014-03-06 14:12
  • 신문게재 2014-03-07 17면
  • 고미선 편집부장고미선 편집부장
▲ 고미선 편집부장
▲ 고미선 편집부장
또다시 폭설이 내렸다는 강원도에는 미안하지만, 코 끝에 닿는 바람 내음도 뒷목을 스치는 아침저녁 공기도 은근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는 경칩도 지났으니, 올 초 계획했으나 시도하지 못했던 목표들을 새롭게 리디자인해 보리라 마음 먹는다.

3월의 이른 아침, 새학기를 맞은 아이가 새 가방에 새 필기도구를 정리하며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누구나 새 것을 품에 안으면 행복해 지는 법일까.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존재에 대한 설렘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로망이다.

신상, 신형휴대폰, 신차, 신제품, 신규가입, 그리고 신당….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패한 이미지의 새누리당도, 지역감정 조장과 감성팔이에 급급한 민주당도 진작에 흥미를 잃은 상태였기에 나름 깨끗하고 올곧아 보이는 안철수의 '신당 선언'에 흥분하며, 젊은시절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손에 넣고 싶던 '잇백' 출현과 같은 심장박동의 속도감을 체험했었다.

구태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새로운 정치'였고 바이러스를 잡는 강력한 백신을 개발했던 안철수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좀먹고 서민들의 삶을 오염시키는 병든 정치인을 삭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밤새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어 놓고 이른 아침 찬물을 확 끼얹는 격이랄까.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창당 선언은 황당을 넘어 멘탈붕괴 현상을 불러왔다.

분명한건 순결한 새정치의 명분은 사라졌다는 점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민주당이건 아무당이건 누구와의 동거를 통해서라도 '대권도전'에 나서겠다는 자충수의 냄새도 난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가슴은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 관계의 결말에서 수백배의 데미지를 받는 쪽은 더 많이 좋아한 사람이다. 정치는 생물이고,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데다 선거에 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맞는 말이다. 승자를 위한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 제3당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데다 지방선거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어쩔 수 없는 관계라도 얽힐 수밖에 없었을 그의 선택도 이해가 간다.

야권분열보다는 야권통합을 통해 대선에 나서겠다는 승부수는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고, 향후 통합신당내에서 안철수가 정치개혁과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여 본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쳐 만들기로 한 통합신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앞질렀다는 첫 여론조사도 나왔다.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와 더불어 민주당에 실망해 겨울잠에 들어갔던 야권 지지자들이 슬그머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지대 신당'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지도부 구성, 공천권 지분할당 등 구체적 통합방식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미 지난 대선때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주며 발을 뺐던 안철수가 과거전력을 반복할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매력적으로 보이는 '1+1상품'식 창당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보다 안철수의 지지도가 높았던 이유는 그가 강조했던 '새정치 실험'이 펼쳐지길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의 힘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정성껏 읽고, 국민의 소리를 진심으로 듣겠습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그러나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새 정치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함께 해 주십시오.”

이제는 사라져 버린 안철수 신당 새정치연합 발기취지문 전문이다. 기존정당과의 야합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극복하며 안철수식 정치개혁을 통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마이웨이'를 계속 걸을 수 있을 지 궁금해 지는 대목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