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권]웃음가면 뒤에 숨겨진 감정노동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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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권]웃음가면 뒤에 숨겨진 감정노동자의 눈물

[기고]서정권 아산경찰서장

  • 승인 2014-03-05 14:38
  • 신문게재 2014-03-06 16면
  • 서정권 아산경찰서장서정권 아산경찰서장
▲ 서정권 아산경찰서장
▲ 서정권 아산경찰서장
지난해 감정노동자의 자살과 관련해 비상식적 고객과 감정노동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증가하고 있다. 감정노동자란 기업이나 식당 등에서 텔레마케터, 판매원, 승무원 같은 서비스업 종사하는 직장인들을 말한다.

감정노동자들은 항상 웃는 얼굴에 친절한 말투로 고객을 응대하도록 교육을 받고 있으며 사후 고객 평가를 통해 친절도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인사나 보수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거나 보험처리 같은 일들과 관련하여 불편사항이 있을 경우 해당기업에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 감정노동자들과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감정노동자들의 감정을 무시한 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과도한 감정표현을 하면서 막말이나 욕설 같은 폭언을 하거나 성희롱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편의점 등에 근무하는 감정노동자에게 폭언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일명 '퍽치기놀이'가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퍽치기는 취객을 상대로 폭행 후 금품을 빼앗아가는 범죄를 일컫는 말이다. 감정노동자들이 감정을 억제하고 쉽게 반항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청소년들이 기분전환이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재미삼아 퍽치기 놀이를 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험담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카페에 올려 전파함으로써 감정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블랙컨슈머 같은 악성 고객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감정노동자들은 자기감정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웃음과 친절이라는 가면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마비시키고 있어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개인의 마음이나 스트레스를 외면한 채 경영성과를 위해 친절만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에서는 감정노동자들의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항상 미소를 지어야 고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숨기는 현상으로 친절한 미소의 스마일과 마스크가 결합된 용어로 웃는 가면 속에 발생하는 감정노동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지난해 노동환경연구소에서 감정노동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10명중 9명은 고객들로부터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고객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회사의 요구로 고객에게 사과한 경우도 20%에 달하고 있고 감정 노동자의 40%가 자살 충동을 겪었다는 통계도 있을 만큼 감정노동자들의 어려움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감정노동자 보호입법추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라는 단체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개정안 통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처럼 감정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에 대한 법안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되어야 하겠지만 우선 국민들의 의식전환이 시급하다. 감정노동자들의 웃음가면 속에 눈물과 고통을 인식하고 이를 닦아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지나친 경쟁과 성과주의 교육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감성 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감정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정기 건강검진을 받듯 전문가와 심리상담 및 힐링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또 블랙컨슈머 같은 악성고객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 적극 시행함으로써 800만 감정노동자들이 웃음가면 속에서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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