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 기록을 가진 박찬호는 충남 출신이다. 공주고를 졸업한 뒤 서울 한양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중 태평양을 건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다.
야구 본고장에서 큰 발자취를 남기고서 한국 프로 무대에서 현역 생활을 마친 박찬호는 고향을 위해 큰 용단을 내렸다. 내포신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딴 '박찬호 야구장'을 조성키로 한 것. 박찬호는 전 소속팀 한화이글스 입단 당시, 받지 않았던 연봉을 야구장 조성을 위해 쾌척했다. 이곳에서 대전 충남 야구 꿈나무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릴 수 있고 지역 야구 저변 확대도 기대된다.
'박찬호 야구장'은 잘 키운 지역 인재가 지역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직접적인 금전 도움이 없어도 훌륭한 인재의 지역 공헌도는 실로 막대하다.충북 음성 출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가치를 고향에 가져왔다. 세계 리더를 배출한 곳이라는 자부심은 지역민에게 깊이 각인됐다.
반 총장 고향마을에 조성될 기념관은 세계 평화 상징으로 국내외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지방자치 시대에서는 지역 경쟁력이 특정 지역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 경제력, 문화·복지 수준 등이 지역 경쟁력 요소인 데 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지역 인재 육성이 중요한 이유다. 전국의 지자체와 교육청이 장학재단을 앞다퉈 설립하고 지역 인재 해외 유학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타 시·도 재경(在京) 유학생 기숙사에도 지역 인재를 키우려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지난 1994년 광주시와 전남도가 합심해 만든 '남도 학숙'은 국가 고시반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모두 150여 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같은 시설이 단지 지방 학생들의 숙식제공장소가 아닌 인재 육성에 견인차 구실을 하는 셈이다. 충남도는 매년 고교 졸업생 1만 4000여 명 가운데 약 21%인 3000명 가량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진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대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비율로 고교 졸업생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인재 10명 가운데 2명이 '서울 유학'에 나서는 가운데 이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학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 차원의 대책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전시와 충남도가 서울에 '대전·충남 학사'를 건립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히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손영화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대전시회장은 “지역 우수 인재들이 서울에 대거 진학하고 있는 데 이들은 대전 충남 발전을 위한 잠재적인 인력풀”이라며 “이들이 타 시·도 학생처럼 안정적인 환경에서 서울 유학을 할 수 있도록 재경 학사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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