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애]Let it go, let i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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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애]Let it go, let it go!

[수요광장]최경애 목원대 영문과 교수

  • 승인 2014-03-04 14:00
  • 신문게재 2014-03-05 17면
  • 최경애 목원대 영문과 교수최경애 목원대 영문과 교수
아들아이가 영화공부를 한다. 보통 부모라면 아이 장래 걱정에 말려 보는 척이라도 했을 텐데 우리 부부는 그저 고맙기만 하다. 그 무서운 병마와 싸워 이긴 아이가 대견하기만 하고, 무엇을 하든 즐겁고 신난다고만 하면 그저 우리도 즐겁고 신나고 감사하기만 하다.

아이가 영화 공부를 시작하고부터 우리 부부는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이에게서 얻어듣기도 하고, 또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이것저것 뒤져보기도 하면서 영화에 대한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지식을 쌓아가고 있노라면 이것 또한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우리 부부는 요즘 이 영화 저 영화 자주 찾아서 본다. 며칠 전에도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겨울왕국'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만화영화라서 어린 아이들이나 보는 영화려니 생각했었는데, 얼핏 들리는 얘기로 꽤나 괜찮다고 하기에, '아, 이걸 보면 아들과 나눌 얘기가 좀 더 생기려나?' 하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느 왕국에 두 공주가 살았는데 그 중 언니 공주는 타고 난 마술의 힘을 지녔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얼려 버리는 무서운 마력을 가진 것이다. 두 자매는 매우 의가 좋았으나, 점점 커지는 언니의 무서운 마력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부모인 왕과 왕비는 두 자매를 격리시키고 언니 공주를 감금한다. 언니 공주는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부모에게 순종한다. 마력을 숨기고 착한 딸로 착한 공주로 자신을 억제하면서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중 어떤 계기로 인하여 언니 공주의 무서운 마력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언니 공주는 성을 떠나 먼 산 위에 자신의 얼음왕국을 세우게 된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그녀는 두려움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그리고는 노래한다.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to test the limits and break through… I'm free!…I'm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Let it go, let it go. … The perfect girl is gone…( 내 한계를 알고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때가 왔어… 나는 자유로워!…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과거는 단지 과거일 뿐이지. 이제 됐어. 더 이상 애쓰지 않을 거야…이제 완벽한 소녀는 더 이상 없어…) 라고. 이후 이야기는 계속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뻔한 이야기지만, 나는 이 가사 내용에 그만 꽂히고 말았다.

지금껏 살면서 얼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았던지. 어려서는 부모님께 착한 딸로, 형제들에게는 믿음 가는 누나, 언니로,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 잘 듣는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좋은 선생으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수많은 역할을 완벽하게 하려고, 아니 완벽하게 보이려고 얼마나 자신을 억제하고 참고 억압하였는가! 그리고 과거에 그렇게 힘들게 만든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그 굴레를 벗어버리지 못해 얼마나 마음이 편치 않았던가! 소위 '착한 여자' 콤플렉스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나를 속박한 나 자신을 너무 자책해서도 안 되겠다. 왜냐하면 이러한 삶의 자세를 지니게 된 데에는 성장 과정에서의 가정교육이나 학교 교육, 사회적 관습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암묵적인 시대적 강요에 부응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만화영화의 노래 가사가 새삼 내 영혼을 흔든다. 과연 진정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깨닫고 있을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나 있을까?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느껴 본 적이 있을까?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적인 제약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스스로 자의적으로 만든 굴레까지 써 가면서 완벽한 인간인 척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 과거는 과거일 뿐.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과거의 나에게 제약받지 말고, 이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나서야겠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나머지 인생을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을까? 내가 자유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현재에 충실해야겠다. Carpe diem. 그럼으로써 나를 속박하는 과거의 나를 벗어 던지고 진정한 나를 회복할 것이다. The past is in the past. Let it go, let i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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