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유한 가금류 종자는 닭 1만981마리와 2계통 5359마리로 이번 AI로 인해 모두 살처분됐다. 축산원은 1992년부터 닭과 토종 오리 순계 집단을 조성, 가금 유전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종축의 중복보존을 추진해왔다.
이는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20여개국이 채택한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유전자원 관리 강화로 국가적 차원의 종자보존과 확보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축산원이 선봉에 서 왔다. 또 전세계적으로 90%의 가금종자가 4개 다국적 기업이 독점하는 상황에서 국외 정세에 따라 종자공급 중단이나 가격 인상 시 국내 가금산업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국가적 판단에서다.
축산원은 이를 위해 지난 22년간 110억원을 투입, 멸실위기 토종닭을 수집해 품종복원과 토착화를 위한 5품종 12계 계통의 순계 집단을 조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축산원이 2010년 조사한 토종닭의 가치는 향후 30년간 농가편익이 4796억원에 달했으며 로열티 절감도 1178억원이나 됐다.
축산원은 종자주권확보를 위해 토종닭 종자 19종 중 9종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등재한 상태다.
토종오리도 마찬가지로 축산원은 1994년부터 종자를 수집, 순종집단 2계통을 조성한 후 지난해부터 3개 농가 1만1500마리를 시범보급하는 등 순항했다. 이를 위해 투자한 예산만도 20년간 47억원에 달했으며 향후 경제적 파급 효과를 639억원으로 추산했다.
축산원은 전체오리 중 토종오리 점유율을 지난해 6.9%에서 2017년 10%, 2020년 20%까지 향상시킬 계획이었다.
이처럼 세계종자전쟁에 뛰어든 축산원은 2022년까지 개발종자의 국내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려 수입 대체와 종자수입 시 대외 교섭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차별화를 위한 고유토종 종자 활용이 프랑스의 경우 전체 40%, 대만은 50%까지 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AI의 축산원 사태는 국가적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토종닭 복원을 위해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오리는 몸집이 큰 대형종 토종오리의 경우 2년 6개월, 소형종은 4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어서 축산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축산원 관계자는 “이번 AI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태”라며 “복원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보급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안=김한준 기자 hjkim707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