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대전ㆍ충남 학사'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향을 떠난 지역 인재들이 고액의 하숙비와 자취방 값 때문에 주름살이 깊다.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이 돈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기 일쑤다. 이같은 환경에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반면 다른 지역에선 앞다퉈 '서울 유학생 기숙사'를 만들어 지역 인재를 돕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본보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대전ㆍ충남 학사 짓자'라는 주제로 이 문제에 대한 지역 여론을 모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대전 출신으로 올해 서울 모 사립대에 합격한 A씨(21)는 요즘 고민이 많다.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 생활을 시작했지만, 벌써 경제적 부담이 A씨의 어깨를 짓누른다. 하숙방에서 지내는 데 월 50만 원이 든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 없다는 A씨는 개강과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다달이 하숙비를 해결하기로 했다.
충남 출신 대학 새내기 B씨(20)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빠듯한 집안 형편상 서울에서 보증금만 1000만 원 이상 드는 원룸과 오피스텔 전ㆍ월세는 B씨에게 '그림의 떡'. 궁여지책으로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었다. 월세 35만 원 외에 별도로 내는 냉ㆍ난비용과 전기세 등 집에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B씨는 벌써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시끄러운 대학가에 방을 얻은 탓에 방 안에서 연필을 잡는 것도 문제가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광주 출신 C씨(23)가 월 10만원 남짓에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
C씨는 출신지 지자체 주도로 건립된 기숙사에 입사, '호사'를 누리고 있다.
B씨는 “다른 지역 출신 학생들이 지역 기숙사에서 싼 값으로 지내는 것을 보면 왜 우리 지역은 그렇지 못할까 원망이 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대전과 충남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위한 '서울 유학생 기숙사'가 없어 지역 인재가 서러움을 겪고 있다. 전국 7개 지자체가 서울에 6개 학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각 지역 서울 유학생 기숙사는 '강원학사', '경기도장학관', '충북학사', '서울장학숙'(전북), '남도학숙'(광주 전남), '탐라영재관'(제주) 등이 있다. 각 지자체가 출연한 인재육성재단이 대부분 운영을 맡고 있다. 이 시설은 해당 지역 출신 학생들 대상으로 월평균 10만 원대로 저렴하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 수용인원은 적게는 270명에서 많게는 850명 선으로 인터넷 시설은 물론 각종 휴식공간도 갖춰져 있다.
경제적 측면뿐만 면학 분위기 조성에도 많은 도움을 되다. 생활공간이 기숙사 형태로 외부와 차단돼 있으며 철저한 생활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ㆍ도 기숙사는 자체적으로 국가고시 준비반도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지역 인재 지원 차원에서 기숙사 건립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 건립계획은 현재로서 전혀 없는 상태다.
3~4년 전 두 지자체가 공동으로 서울 기숙사 건립을 위해 부지 물색작업도 벌였지만, 수포로 돌아간 적이 있다. 영등포구에 있는 충북학사(356명 수용) 기준 400억 원가량이 소요되는 데 이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지방대 육성 등보다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도 서울 유학생 기숙사 건립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도민들이 서울에 지역 기숙사를 건립해달라는 민원이 이어져 한때 대전시와 공동 건립을 타진한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예산은 물론 학령인구 감소, 지방대 육성 등의 문제 때문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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