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영화 정부(情婦)의 이야기 - 위증사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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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영화 정부(情婦)의 이야기 - 위증사건(2)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4-03-03 14:09
  • 신문게재 2014-03-04 16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주인공 레너드 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준수한 용모에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화술을 가진 재주가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속임수란 바로 믿음 속에 숨겨진 독벌레 같은 것-인간은 원래 드러난 그럴듯한 겉모습에 속기 쉬운 법이다. 심지어 그는 뛰어난 변호사였던 윌프리드까지 그가 부인을 죽이지 않았다고 확신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볼의 유일한 목격자라고 할 수 있는 가정부는 사건 당일 시장에 갔다가 잠시 잊고 간 물건이 있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시간에 부인의 방에서 볼과 부인이 함께 이야기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변호사 윌프리드는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가정부의 목격이 부정확하다고 몰아간다. 즉 원래 가정부는 부인으로부터 약간의 상속을 받도록 되어 있었으나 볼로 인해 상속을 전혀 못하게 된 사실이 있음을 들어 가정부가 윌프리드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가정부의 목격도 단지 부인의 방에서 볼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은 것이었기 때문에 TV소리인지 모른다는 식으로 볼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진 가정부의 목격을 믿을 수 없는 진술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드러난 결정적인 물증으로는 볼의 외투에 묻은 핏자국인데 그 피가 O형이고 부인의 피 역시 O형이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사건 발생 직후 볼이 그가 입은 외투를 집에 돌아와서 세탁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변호사인 윌프리드는 이것 역시 볼의 혈액형이 O형이었다는 것, 그 날 우연히 일을 하다가 칼로 손을 베어 외투에 묻었다는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그러나 도저히 볼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 것은 증인으로 나온 그의 처가 법정에서 진범으로 볼을 지목한 것이다. 원래 영국에서는 처가 증인이 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볼의 처 크리스틴은 호적상 독일인 헴이라는 사람의 부인으로 되어 있어 증인으로 출석이 가능했고 그것도 검찰 측 증인으로 출두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경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법정에서는 볼을 진범이라고 단정적인 증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 윌프리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증인의 출현에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볼의 처 크리스틴은 남편인 볼이 부인이 살해된 시간 이후에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온 사실, 피가 묻은 외투를 입고 와 이를 세탁해 줬다는 사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부인을 죽였다는 점을 말해 줬다는 사실을 증언함으로서 볼은 확정적으로 살해범으로 되고 마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증인의 증언으로 볼이 살해범으로 확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에 크리스티의 증언이 잘못된 증언이라는 중요한 증거가 나타나게 된다. 바로 변호사 윌프리드는 어떤 여인으로부터 볼의 처 크리스틴에 대한 비밀스러운 내용을 알려주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게 된다. 비밀스러운 내용이라는 것이 편지였는데 변호사 윌프리드는 이를 돈을 주고 사게 된다. 그 편지내용은 크리스틴이 남편 볼이 아닌 다른 연인이 있어 그 연인에게 보내는 여러 통의 편지로서 그 내용에는 볼에 대한 혐오감을 숨김없이 드러내 놓고 있었고 심지어 볼이 부인을 살인했기 때문에 무거운 형을 받을 것이고 영원히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함께 달아나자고 하는 내용이었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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