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도교육청이 고교진학정책에 실패한 만큼 책임을 통감하고 불합격 학생들이 고향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26일 교육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정적인 천안·아산지역 고입 정책 추진을 위한 고입 안정화 대책을 마련했다”며 “우선 천안 목천고를 특목고 수준의 명품학교로 만들기 위한 대책을 함께 추진하고 앞으로 이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발표한 고입안정화 대책에 따르면 천안ㆍ아산 고입 안정화를 위해 도교육청, 지역지원청, 학교, 자문위원 등 교육가족들이 참여하는 '천안ㆍ아산 고입협의체'를 운영한다.
협의체는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입학 정원 적정성 검토 등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강화 및 탈락 학생 최소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천안지역 중학생들의 선호도가 낮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천고의 경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명품학교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부터 아산 지역에서 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120~150명 수용 가능한 기숙사 증축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학급수와 학급당 정원을 하향 조정(25명 수준)하는 등 학습 환경을 개선해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성환고는 목천고 보다는 학생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교육환경 개선 이외에는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또 다른 문제는 아산시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중학교 졸업예정자가 139명이 증가했음에도 도교육청은 올해 일반인문계 고등학교의 신입생 정원을 240명이나 줄여 이를 삼성자사고 정원으로 확대했다.
삼성자사고의 경우 충남 전체 지역이 모집 단위이고 삼성임직원 자녀를 입학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산지역 학생들에게 별다른 혜택이 없어 이번 사태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산 지역의 올해 중학교 졸업생은 3257명, 배정정원은 3320명으로 63명의 여유 정원이 확보됐음에도 81명의 학생이 천안과 서천 지역 고등학교로 배정된 것으로 밝혀져 학부모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 도교육청의 태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아산천안대책위원회가 도교육청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전부터 교육청 내 모든 출입문을 차단하고 이들의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아산천안대책위원회는 “전찬환 도교육감 권한대행이 아산지역 고등학교에 탈락한 학생들에게 '그 학생들은 본질적으로 공부를 못해서 경쟁에서 졌다. 더 이상 이야기를 못하겠다'고 발언했다”며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2시간이 넘는 외지로 학교를 다녀야 한다. 학생들이 고향에서 교육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원칙에도 어긋날 뿐더러 이미 배정 됐거나 합격해서 들어간 학생들이 있는데, 떨어진 학생들이 다시 온다면 합격한 학생들의 불만이 늘어난다”며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닌 현 교육제도에서 수용계획만으로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내포=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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