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농가 “AI 삼진아웃제 두 번 죽으라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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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농가 “AI 삼진아웃제 두 번 죽으라는 격”

책임소재 불분명 불만… 정부 “방역의식 제고” 충남 “세부지침 없어 내용 파악 안됐다” 신중

  • 승인 2014-02-25 17:33
  • 신문게재 2014-02-26 1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의 AI 방역의식을 높이기 위해 살처분 보상금을 최대 80%까지 삭감하겠다고 밝혔지만, 가금류 농가들은 AI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제도 도입은 피해농가를 두 번 죽이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5일 농식품부와 양계협회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 24일 열린 올해 업무계획 보고에서 근본적 AI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요 시책으로 AI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올해 상반기 중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AI 발병농장의 살처분 보상금은 발병 횟수와 상관없이 시세의 80%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가 도입되면 AI가 1번 발생한 농장주는 시세의 80%, 2번 발생 땐 시세의 60%, 3번 발생한 경우 시세의 20%까지만 살처분 보상금을 받게 된다. 특히 정부는 AI로 인한 보상금 지급에도 가금류 농장의 관리소홀과 신고조치 미흡이 드러날 경우 최대 80%까지 보상금을 감액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외관상 최초로 나타난 날이나 그 이전에 신고하고 ▲가축에 대한 검사ㆍ주사ㆍ투약 ▲역학조사 협조 ▲소독 ▲가축의 격리 또는 이동제한 ▲살처분 등 다섯 가지 공통조치사항을 모두 이행했을 때는 기준시세의 80%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농식품부는 축산농가의 방역의식이나 방역체계가 미흡해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상금 삼진아웃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금류 농가들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 제도 도입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도내에서 닭을 키우는 A씨는 “아무리 방역을 열심히 한들 AI에 감염된 철새가 변을 떨어트리거나 주변 농장에서 감염이 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면서 “삼진아웃제 도입은 피해농가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가금류 단체도 즉각적 행동은 자제하고 있지만, 향후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김진성 대한양계협회 충남도지회장은 “농가에서 관리를 소홀히 했거나 정기적으로 소독을 하지 않은 것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하지만, AI 걸리고 싶은 농가가 어디 있느냐. 가금류 살처분 삼진아웃제 도입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는 아직 내용 파악이 안됐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올해 업무보고에서 나온 내용이고 아직 세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뭐라 단정짓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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