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안긴 피겨 여왕 김연아를 비롯해 아시아권 선수로는 상상치 못했던 스피드 스케이팅 500m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 비록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6번의 올림픽 참가라는 인생의 대기록을 만든 이규혁, 쇼트트랙에서 지난 대회 불운을 딛고 2관왕에 오른 박승희와 고교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세계 최고 실력을 뽐낸 심석희 등. 소치 올림픽을 통해 안타까운 점은 러시아로 귀화(歸化), 금메달 3개를 따낸 빅토르 안으로 재조명된 우리나라 체육계의 현주소다.
박근혜 대통령 조차 우리나라 체육계 전반에 뿌리깊이 박힌 부조리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언급할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그나마 선수들이 여러 악재를 이겨내고 메달을 따내 위안이 되고 있지만 메달은 메달일 뿐 파벌(派閥)과 줄세우기에 따른 부작용 등 부조리 근절은 철저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매번 과정은 불충분했지만 좋은 성과에 묻혀 잊혀지고, 이후에 또 반복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체육계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파벌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따로따로 갈라진 사람들의 집단'을 뜻한다.
이것은 인간관계, 즉 이해관계에서 파생된 부정적인 집단문화이다. 여기서 이해관계란 서로 이익에 들어맞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신에게 이익이 없으면 굳이 파벌이 형성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파벌은 곳곳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혈연과 학연, 지연으로 얽혀 파벌이 형성될 수 있고,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파벌이 이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분야가 정치권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나열하기 어렵지만 여러 파벌이 자신들의 이익을 좇아 곳곳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을 받기 위해 예비후보자들간 파벌 자랑질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프란체스코 알베로니(Francesco Alberoni)가 쓴 '지도자의 조건'에서 그는 '진정한 지도자는 파벌을 초월한 지도자'라고 언급했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조건에는 이같은 공통점이 잘 나타나 있는데 그것은 '권력을 좇는 사람', '무능한 훼방꾼', '업적을 가로채는 사람', '파벌을 짓는 사람' 등이다.
파벌은 좋게 말해 집단문화일 수 있지만 그 집단이 사회를 망치고, 다수의 이익을 훼방하며 자신들만을 위해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평하고, 평등한, 더 발전적인 사회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곳곳에 도사린 파벌 근절이 우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영록·행정자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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