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최근 지원한 회사에서는 토익점수를 요구하지 않았지만, 대학교 졸업요건에는 일정 수준의 이상의 토익점수가 포함돼 있었다. 졸업의 필수코스로 여겨졌던 학사논문, 졸업시험 등이 취업과 스펙에 밀려 외면받고 있다.
반면, 논문 대신 토익 성적표만 제출하라거나 국가전문가격증 등을 취득할 시 졸업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23일 지역 대학들의 졸업인증제를 비교한 결과 주로 원론 수준의 간단한 졸업시험 및 학과 관련 자격증 취득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인증제도는 각 대학 단과대별로 다르다. 실제 충남대의 경우 졸업 조건은 졸업 논문과 토익점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제출하게 하고 있으며, 인문대 대부분의 학과는 관련 어학자격증으로 졸업논문을 대체 가능하게 했다.목원대 국문학과는 사회봉사 30시간과 함께 논문 또는 국어능력인증시험·한자능력검정시험 3급 자격증이나 수료증 중에서 한 가지를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줬다. 한남대 철학과는 논문 또는 토익점수 등 졸업에 필요한 항목 중 1000점 이상 취득하면 모두 졸업장을 줬다. 이마저도 사법고시, 공인회계사 시험 등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면제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영어나 한자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목보다 참가만으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봉사활동 등에 치중하고 있다.대학 측은 졸업인증제가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의 시대에 최소한의 스펙을 확보하는 마지노선이라고 보는 반면에 학생들은 실제로 취업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최소 기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어, 특히 토익성적이 주요한 인증 기준이 되고 있는 데 대해 지나치게 '취업 공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다. 취업과 스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졸업논문을 자격증으로 대체한다면 대학의 본 기능을 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졸업을 앞둔 김모(24)씨는 “아직도 토익 점수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며 “전공과목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토익은 정말 일상이 돼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취업난에 고생하는 졸업생을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대학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위해서는 토익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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