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
다문화가정(多文化家庭)은 한 가족 내에서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고 있다는 의미로 얼마 전까지 국제결혼가족이라는 용어를 대신했지만, 최근에는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는 국제결혼 중매업체들의 적극적인 상술과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노총각 구제 차원에서의 국제결혼을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값싼 외국인 노동자 고용과 동남아 저개발국 여성들이 가난탈출을 위해 한국의 농촌남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다문화가정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다문화가족은 2013년 기준으로 75만명 내외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몽골 및 태국 등의 순이었으며,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에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가정을 통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이들을 우리들과 같은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는 앞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3년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학생 수는 652만9196명으로 매년 20만 명씩 감소하고 있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매년 6000명 이상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5만5780명이며 전체의 학생의 0.8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은 특별시나 광역시와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다문화가정 전체 가구의 52% 정도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의 교육문제다. 최근 다문화가정 보고서에 의하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경우, 유아기에 한국어가 미숙한 외국인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므로 언어 발달 지체를 보이거나 문화 부적응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 다문화가정 학생의 경우,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큰 무리가 없으나 독해·어휘력·쓰기·작문 능력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일반 학생들에 비하여 언어를 비롯한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습능력이 낮다는 이유로 자신의 정체성 및 대인관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되며, 학교에 적응 못하고 따돌림 당하며 학교폭력에 노출될까 걱정된다. 실제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취학률이 낮고,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도에 탈락하는 비율도 일반학생에 비해 높은 편이라 보고되고 있다. 어쩜 지금 우리사회는 사회적 소외계층을 양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숫자가 적을 때에는 사회적 영향이 적겠지만, 계속하여 그 숫자가 늘어난다면 나중에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 및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대하여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교육은 사람의 생각과 인격을 바꿀 수 있으며, 어려서 받은 교육은 평생의 발판이 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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