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수 서산시의회 의장 |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제266대) 교황은 70억 세계인의 축복 속에서 취임했다. 교황은 사도 베드로의 정통성을 잇는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이자 로마의 주교로서, 프란치스코란 즉위명은 '빈자를 위한 성인'에서 따온 이름이다.
취임 후,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의 “교황이 한국으로부터 8월 대전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초청을 받아, 한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왜 하필 우리나라일까? 230년 전 조선사회 지성인들이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위해 중국을 통해 서학으로 받아들였고 이것이 신앙이 됐다. 이는 교황청이 주도한 것이 아닌,우리 스스로 학문을 신앙으로 일군 독특한 사례다.
제사를 거부한 탓에 유교적 전통 사회와 치열한 갈등을 겪었고, 박해로 인한 순교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해도 2만여 명에 이른다. 신자 또한 약 526만 명으로 적지 않은 교세다. 교황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참으로 기특한 나라이자 세계에 널리 자랑하고픈 나라일 것이다.
8월 대전교구에서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는 주제로 제6회 AYD(아시아 청년대회)가 열린다. 아시아 청년대회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온 가톨릭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신앙을 쇄신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세상에 복음을 선포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바로 이곳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점쳐지고 있다.교황의 방한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참으로 크다. 경희대 송재룡(사회학)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키워드를 '감성과 포용, 화해'로 꼽고, 종교의 핵심을 '용서'라고 했다.
대전교구 대표 성지 4곳 중 100년간 천주교도들의 무덤이었던 해미순교성지는 순교자들의 처절한 아픔이 배어있는 곳이다. 1801년 신유박해를 비롯해 1839년 기해박해 등 무차별적으로 가해졌던 해미 진영(현 해미읍성)의 지속적인 천주교인들에 대한 박해로 순교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수, 참수, 돌 매질, 생매장 등 온갖 잔인한 방법을 고안해 처형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가히 '순교의 메카'라 불릴 만하다.
순교의 메카인 해미순교성지는 가톨릭 순교자들이 세계인에게 보내는 '포용과 용서의 메시지'를 오롯이 품은 곳이다. 그러기에 방한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용서를 키워드로 삼는 교황의 첫 방문지는 단연코 해미순교성지가 되어야 한다.
쓰라린 기억의 흔적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안고 산다.그 옛날 순교자들의 피로 물들었던 이곳 해미성지는 그렇게 100여 년의 시간을 견뎌 교황의 방문이라는 커다란 희망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재 '세계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으며, 새 교황으로 선출된 지난해 바티칸(교황청)을 찾은 방문객만 660만 명이라 한다. 이는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때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로 이는 그의 '낮은 리더십'과 '열린 리더십'에 기인한다. 이렇듯 21세기 세계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지도자상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산시 방문은 서해안 시대를 이끌 충청의 중심으로 도약·발전하고 있는 우리 시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매우 효과적인 촉매제가 될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다가올 8월, 교황이 17만 서산 시민과 입맞춤하는 장면을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브라운관 속에 비친 우리 시의 문화적 역량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며,이는 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져 전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값진 선물일 게다.
대의명분은 충분하다. 야생화처럼 자생적으로 자랐기에 어떤 어려움에도 굳히지 않았던 순교자의 피가 서린 땅, 그곳에 향처럼 피어난 '포용과 화해'의 리더십으로 서해안 시대를 선도할 서산은 교황의 첫 방문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25년 전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외치며, 한국 땅에 입맞춤 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경배가 눈앞에 선하다. 올해 8월, 그 숨 막힌 교황의 음성이 우리 서산시에서 세계로 울려 퍼지길 손꼽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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