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와 학사주점 청자, 파랑새는 있다… 뜨거웠던 그 시절 나도 청춘이었지"

“통기타와 학사주점 청자, 파랑새는 있다… 뜨거웠던 그 시절 나도 청춘이었지"

고교시절 통기타와 노래 재능 발견… 한때는 엘리트 직장인이었으나 집안 부도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 실제 모티브 된 서울 나성 카바레 메인MC로 전향

  • 승인 2014-02-20 14:08
  • 신문게재 2014-02-21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피플]유하용 대전 최초 통기타 가수

초등학교때 전교 1등을 도맡아 하고, 대전중, 대전고를 졸업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끼는 고교시절 음악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활화산이 되어 타올랐다. 대전 최초의 통기타 가수이자 디스크자키였던 파랑새 기획 유하용 대표(60ㆍ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97년 IMF시절 삶에 지치고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KBS2 TV 인기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의 기획과 섭외를 담당했고, 극중 MC겸 연예부장이었던 탤런트 한진희가 맡은 배역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그는 대전 최초의 학사주점 '청자'에서 낭만을 노래하는 청춘 아이콘이기도 했다.

지난 주 중구 대흥동 대전고 총동창회관 건물 1층에 위치한 이벤트 전문 회사 '파랑새기획'을 찾아가 유하용 대표와 인터뷰했다. 유하용 대표의 파랑새기획 사무실은 대전고 동문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동문들끼리의 우정과 돈독함을 나누는 대전고 총동창회 사랑방이기도 하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국민 MC 허참의 새파랗게 젊은 사진 앞에 말쑥한 정장 차림의 유하용 대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인터뷰를 한다기에 모처럼 넥타이 매고 양복을 갖춰입고 나왔다는 유하용 대표에게서는 여유와 멋이 흘러나온다. 그의 사무실 사방 벽면은 온통 그와 가까운 연예인 사진들로 도배당한 상태다.

▲학창시절, 우등생 반장에서 디스크자키 통기타 가수로=유하용 대표는 1954년 대전에서 1남 3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군인이셨던 아버지는 외아들을 스파르타식으로 엄격하게 키우셨다. 대전 유천초를 졸업했고, 대전중 20회, 대전고 52회 졸업생으로 박성효 국회의원, 이명수 국회의원, 김창수 전 국회의원, 전종구 전 중앙일보 대전충남본부장이 모두 그의 동기생들이다.

대전고 1학년때 반장이었던 그는 대고 음악선생님이셨던 임만기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기에 이른다. 임만기 선생님은 학생들의 정서를 함양시키는 차원에서 통기타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쳐 주셨다. 기타 치고 노래부르는 재능이 탁월했던 그는 이미 각 학교 여학생들의 우상이 됐고, 프로포즈도 많이 받았다.

한쪽 손엔 기타 들고, 한쪽 손엔 책가방과 참고서 들고 비틀즈와 카펜터즈, 사이먼과 가펑클을 불렀던 그는 결국 머리와 기본 실력만 믿고 치렀던 국내 최고 명문대 입학 시험에서 낙방하고 그 당시 후기였던 숭전대(현재 한남대)의 지역개발학과를 다니면서 디스크자키와 통기타 가수생활을 했다.

공부를 매우 잘했던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음악에 빠져 인생 행로가 뒤바뀐 순간이다. 중앙극장 옆 태극당과 성심당, 도청앞 승리당은 그의 수많은 여학생 팬들과 그가 친교(?)를 나눴던 공간이다. 카사노바가 세기의 플레이보이라 하는데 유하용 대표는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타 잘치고, 노래 잘부르고, 얼굴 잘생기고, 말주변 좋아 자칭타칭 대전의 플레이보이(?)로 이름을 날렸다.

▲대전 최초의 학사주점 '청자'에서 노래하다=대학에 입학해서도 넘치는 끼를 주체할 수 없었던 그는 은행동 대우당 약국 뒤에 위치했던 대전 최초의 학사주점 '청자'에서 노래를 불렀다. 대학 1학년때부터 DJ겸 통기타가수로 활동하면서 개그도 하고 애드리브도 하던 그는 인기가 대단했다. 고등학교때 이미 지구레코드사의 신인가수 발굴대회에서 1등을 했던 그였지만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로 결국 가수의 꿈은 좌절되고 만다.

그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서 31사단 문선대에서 MC 겸 가수로 활동했다. 1979년 암울했던 군부독재시절 제대후 사회에 나와 복학하게 되자 여동생 3명을 포함해 집안에 대학생이 4명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 아버지는 서울로 본격 이사해 의류수출업을 시작한다. 직원 수도 처음 시작할때 40명에서 400명까지 늘었지만 3차 오일쇼크때 파동을 맞았다. 승승장구하던 아버지의 사업은 오일 쇼크앞에서 눈물을 머금고 도산하기에 이른다.

▲그의 가족=그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유학중 나라에 전쟁이 났다니까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와 군대에 자원입대한 인물이다. 지금은 국가 유공자 묘역에 계신 아버지는 평생을 올곧고 청렴결백하게 사신 공병장교였다. 아버지는 군대 예편후 서구 도마동 효성타운자리에 있었던 원미섬유에서 상무를 지냈다. 어머니는 경북 영양군 면장집 딸이었고, 할아버지는 경북 안동에서 서당 선생님이셨다. 도마동의 유지로 당시 초가집이 즐비했던 동네에서 이층 양옥집에 살 정도로 유복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아버지가 원미섬유에서 독립해 서울로 이사가서 운영했던 사업이 부도나면서 집안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에 그는 스웨터 단일품목으로는 그당시 가장 규모가 컸던 회사인 (주)유림통상에 입사해 수출영업부에서 일하면서 대기업보다 높은 보수를 받고 일했다. 그러나 엘리트사원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기도 전에 부친 사업 부도와 관련된 채권자들이 무역회사에 쫓아오는 바람에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된다.

▲대형 극장 MC 생활=결국 '파랑새는 있다'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서울 길동 사거리에 위치한 600석 규모의 대형 극장식 카바레인 나성 카바레에 MC로 들어가 그동안 DJ와 통기타 가수를 하며 다진 내공을 바탕으로 MC와 연예부장을 하면서 모든 연예인들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맞게 된다.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의 주인공=1997년 IMF때 국가가 정책적으로 만든 드라마가 바로 '파랑새는 있다'다. 위기를 극복하려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하던 시절, 시련과 좌절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자 KBS2 텔레비전에서 창사 60주년 기념으로 만든 드라마가 바로 이 작품이다.

'서울의 달' 등을 집필한 김운경 작가가 PD와 함께 나성 카바레에 왔다가 유하용 대표를 만나 친분을 쌓게 되면서 탄생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극중 샹그릴라 나이트클럽을 무대로 천호동에 살던 서민들의 애환을 그렸다. 무명 차력사와 무명가수, 창녀 등을 주인공으로 만든 이 작품은 차력사로 나왔던 탤런트 이상인과 창녀 역을 맡았던 탤런트 정선경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 때 극장의 MC겸 연예부장을 맡았던 탤런트 앤디 김 역 한진희의 실제 모델이 바로 유하용 대표다. 모든 연예인들을 스카우트해 내보내던 중요한 역할이었다.

7개월동안 방영된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매우 높았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이 드라마의 기획과 섭외를 맡았던 인연으로 나중에 대전에서 '파랑새기획'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파랑새 기획=IMF 여파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 유하용 대표는 1999년 4월 중구 대흥동 422번지 그의 모교인 대전고 총동창회관 1층에 이벤트 기획사 '파랑새 기획'을 설립한다.

이 곳에서 대전월드컵경기장 개장 행사, 천변고속화도로 개통식 행사, 잇츠대전 브랜드 선포식을 비롯한 지역 축제행사와 거리 축제, 식전식후 행사, 예술제, 캠페인 등 문화공동이벤트를 기획했다. 또 연주회, 무용제, 연극제, 민속놀이, 자선공연, 콘서트, 가요제, 디너쇼 등 공연이벤트를 비롯해 전시이벤트, 레저 스포츠, 세미나, 심포지엄 기획도 도맡는다. 특히 그동안 대능가족등반대회, 대전고총동창회 주관 강창희 국회의장, 박병석 국회부의장 취임 축하연, 금강사랑 그림그리기대회, 효월드 선포기념 중구가족한마당, 대청댐 호반음악회, 2013 도단위 민방위 시범훈련, 공주농협한마음단합대회, 제35회국군간호사관학교원화제, 서부종합병원신축공사기공식 등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고 연출해 왔다.

▲사람이 좋고 술이 좋다=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그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인물은 천상병 시인이다. 과연 그답다. 페이스북에서는 그를 따르는 이들이 그를 '하룡당 당수'라 부른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평생을 사셨던 영관장교 아버지의 아들인 그는 명예와 돈은 없어도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소외되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의협심 강한 사람이다. 정치, 사회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부딪쳐 혁파하고 싶은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들과 세태에 대한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파랑새 기획 취지와 의미에 맞게 희망을 향해 달려가고자 한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주 마시며 더불어살기를 즐기는 만년 보헤미안 유하용 대표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절대 늙지 않는 소년이다.

▲학사주점 '청자'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모임=그는 대전예총에서 발간하는 '대전예술'에 '학사주점 청자를 아십니까'라는 글을 써서 중년들의 폭발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고, 매스컴의 파급 효과로 일약 스타가 됐다. 이 글로 인해 '학사주점 청자'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청자로 상징되는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대전의 문화중심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들의 공감이 만남을 이끌어낸 셈이다. 가수 박건, 문정선, 이태원, 4월과 5월, 방주연 씨 등이 청자를 찾아와 지나간 추억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자작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이 모임의 산파격인 유하용 대표는 “내 나이 또래 사람들에게는 늘 청자로 상징되는 대전의 과거 문화의 추억이 녹아있다”며 “메마른 가슴 속에도 촉촉한 마음의 양식이 쌓이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숨가쁜 우리 중년들은 추억속에서 위안거리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며 “그나마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원도심에서 젊은이들은 추억을 만들어가고, 중년들은 추억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150만 대전시민 모든 이의 가슴 속에 과거 대전문화가 공유된다면 이 사회는 좀더 밝고 끈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하용 대표는 현재 한국연예예술인협회 홍보실 지도위원과 한국연예예술인협회 대전시지부 자문위원, 대전시 대덕구 체육회 자문위원, 웰킨촙 CF 전속모델, 대전시 이벤트협회 고문, 육군본부 국군의 날 행사 기획단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혜천대학 이벤트연출과 겸임교수, 대전시와 충남도 문예예술진흥기금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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