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프로메테우스의 불과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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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프로메테우스의 불과 원자력

[사이언스칼럼]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 승인 2014-02-20 14:03
  • 신문게재 2014-02-21 17면
  •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지금이야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불이라지만 적어도 그리스 신화에서 불은 신과 인간을 구분 짓는 아주 중요한 것으로 존재했다.

특출한 지혜를 지녔던 티탄족의 영웅 프로메테우스가 주신(主神)인 제우스가 감추어둔 불을 몰래 훔쳐 인간에게 전해줌으로써 신과 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지자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코카서스산 봉우리에 결박되어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인지 불은 항상 인류문명의 중심에 있어왔다. 단순히 음식을 익히고 짐승의 침입을 막을 뿐 아니라 청동기, 철기시대에서는 도구나 무기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증기기관이 등장한 후로는 불이 기계를 움직이는 역할(에너지)을 하면서 가속적으로 문명의 진보에 기여해 왔다.

불은 우리 주변의 땔감이나 석탄, 석유, 가스 등을 연소시켜 만들어지는데 이것들은 모두 태양으로부터 얻어져 화석형태로 지구에 존재하는 에너지자원이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무렵 물리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끝에 인간은 돌(우라늄)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원자력에너지 기술을 발명하게 됐다.

1942년 페르미라는 이탈리아 과학자가 시카고대학에서 최초로 우라늄을 이용한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게 되는데, 불행히도 원자력에너지는 인류에게 핵폭탄이라는 형태로 먼저 다가오게 됐다.

그러나 이후 1953년에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제창으로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발전이 시작되면서 세계는 유행처럼 원전을 추진하려 했고 원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력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원전을 보유한 나라는 30여개 국가밖에 없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인해 인류에게 원자력이 과연 축복인지 재앙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스리마일 원전사고는 원자로 안의 핵연료가 녹아내렸지만 격납건물 덕분에 외부의 방사능 피해가 전혀 없었고, 과거 소련(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애초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공산주의 체제가 낳은 기술적 문제로 치부돼 왔다.

반면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원전업계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 사고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따지고 보면 사람의 실수로부터 야기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그 지역에 100여년전 15m 정도의 쓰나미가 발생했었던 것을 감안하여 조금만 높은 곳에 발전소를 건설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비상시 작동하는 비상전원을 지하가 아닌 지상에 설치했다면 비상전원의 침수에 의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원자력에너지는 인간이 신의 영역의 기술을 새롭게 터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주어 형벌을 받았던 것처럼 원전 사고는 인간이 신의 기술을 가져온 것에 대한 고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가 영웅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고통에서 벗어난 것과 같이 이제는 우리 인간의 지혜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 깨끗한 지구와 함께하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우라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특히 대덕연구개발특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수원 중앙연구원 등 원자력연구개발 및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기관이 모두 모여 있어 우리나라의 원자력에너지 기술 개발과 실용화의 핵심역할을 담당해 왔다.

불을 다루는 최신기술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 그 시대를 지배했던 것처럼 불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게 중요한 자원을 갖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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