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로비' 신협중앙회장 징역형

신협법 개정안 통과 막으려 국회의원 13명에 '후원금 몰아주기'

국회 입법 저지를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납부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장태종(66) 신협중앙회장이 징역형을 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안병욱)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 회장에 대해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모(59) 관리이사와 조모(51) 기획조정실장은 각각 징역 10월과 징역 8월에 처하고 모두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사건의 시작으로 200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신협중앙회의 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하되, 다른 사업부분별 상임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조합원 출신의 내부 이사 수를 감축하는 대신 외부 전문가를 전문이사로 대거 기용하는 방안 등을 담은 신협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합 내부 이사들의 권한이 대폭 축소된다는 이유로, 장 회장 등 3명은 2010년 3월 중앙회 기획조정실 산하에 법개정추진반을 구성했다. 정부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고 자체적으로 마련한 별도의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다.

중앙회는 2010년 6~9월 중앙회 직원과 지역본부(지부) 직원, 단위 조합 직원들로 하여금 1만원~10만원씩 18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후원회에 입금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신협의 후원금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영수증 수령처에는 신협으로 기재했다.

이런 방법으로, 이진복(2958만원), 허태열(2306만원), 배영식(1340만원), 우제창(1235만원), 임영호(1040만원), 박선숙(1040만원), 조영택(1020만원), 이성남(986만원), 이성헌(975만원), 김영선(966만원), 이사철(965만원), 신건(925만원), 권택기(920만원), 조문환(870만원), 박병석(788만원), 김용태(550만원), 홍재형(455만원), 이범래(280만원), 고승덕(90만원) 의원 등에게 모두1억9129만원을 줬다.

장 회장 측은 “소액 정치자금 기부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어 공모공동정범으로서 죄책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모ㆍ조모 실장 측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협의 중대한 문제였는데, 회장의 관여 없이 로비가 이뤄졌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 종합하면 피고(장태종)는 이모·조모씨와 공모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치자금 기부는 대가성을 통해 부패로 연결될 위험성이 있어 정당한 청탁과 위법ㆍ부당한 청탁을 구별할 이유가 없다”며 “국회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기부행위는 청탁과 관련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조직적으로 계획해 후원금을 지급하게 한 점, 소액의 다수 후원자를 통한 정치문화의 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주는 소액후원금 제도를 악용한 점, 국회의원들의 공정성·청렴성, 입법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지시와 관계없이 단위조합 차원의 판단으로 후원이 이뤄졌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승덕, 박선숙, 우제창, 이범래 임영호, 조문환 의원 등에 대한 기부행위는 무죄판단을 내렸다.

한편, 당시 발의됐던 신협법 개정안은 2012년 5월 29일 18대 국회가 해산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