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지금은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기초과학과 첨단 비즈니스 허브 조성을 목표로 과학벨트 청사진이 하나씩 가시화돼야 할 상황이다. 국가 최고의 연구기관장 한 사람의 사의 표명이 연구단 조직을 넘어 과학벨트가 순항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비화되는 것은 시기적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더라도 무책임한 행보에 대한 과학계 안팎의 여론은 물론 그가 감당할 몫이다.
우리가 기초과학 연구 전담기관의 수장 부재에 주목하는 것은 개인의 진퇴나 거취가 아니다. 조직과 사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다. 전체를 조감하면 부지매입비 부담과 수정안을 놓고 탄력을 잃은 사업이 어디로 굴러갈지에 관한 걱정으로 모아진다. 핵심인 중이온가속기 건설과 전문인력 확보 차질로 애를 먹고 있다. 산 넘어 산이라 할 만하다.
거점지구인 대덕단지를 비롯한 50개 연구단 선정 마무리를 포함해 역량을 쏟을 시점이라 더욱 곤혹스럽다. 가속기 구축이 늦어질수록 외국 석학 유치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초과학 연구와 창조적 지식을 담보할 대형 집단연구는 그 다음 일이다.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연구 인프라 구축, 세계 10대 과학 축을 만들겠다는 공언이 허망하게 들린다.
가뜩이나 과학벨트 사업은 기본계획 변경과 맞물려 정체성 의혹까지 잠복하고 있다. 거점지구 연구 성과를 기능지구에서 사업화할 연계 활성화는 아득한 희망처럼 보인다. 지역개발 사업이나 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변질된다는 시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기초과학 육성의 밑그림부터 재정비해야 할 이유다.
앞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이 직무대행 체제로 간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기초과학연구 인프라로 연구 생태계를 구축할 후임을 선정해 공백을 없애야 할 것이다. 원장 하차로 과학벨트 성공 추진의 걸림돌이 되거나 탄력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과학벨트가 용두사미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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