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구 13·15대 국회의원·계룡건설 명예회장 |
내가 30년 전 13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처음에 입법안을 제안한 것은 '전용 주차장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었다. 그때 대전시에는 약 5만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을 때였는데 이 차량의 대부분이 주야간을 막론하고 도로상 주차를 하고 시내의 모든 도로는 면적의 반가량이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자동차 산업의 국산화경쟁이 치열해지고 등록차량 수가 매년 배가 되는 추세에 있을 때 “이대로 방치하면 도시의 시가지는 몽땅 주차장화 될 것이고 걷잡을 수 없는 교통 혼잡이 예상될 것이 명약관화하므로 이를 조기에 바로잡자”는 취지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보급률이 몇 배가 되는 일본에 가서 그들의 주차제도와 도로 소통을 확보 현황을 집중조사한 바, 모든 차량은 전용 주차장 확보가 제도화되고 전용주차장 확보가 안 되면 자동차 등록을 금지시키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또 차량이 도심에 임시 주차할 곳에는 공영 및 사설 유료주차장을 곳곳에 설치해 도로상에 주차하는 것을 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나는 추진하던 입법안을 스스로 철회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첫째, 5대 자동차 생산 재벌들의 그 법이 시행되면 국산 자동차 산업은 망하게 된다는 주장과 둘째, 노동조합과 서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 노동자 서민의 자가용화 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기득권 세력의 횡포로 치부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대전시의 주차단속문제는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왔지만, 등록된 자동차와 외지에서 온 자동차를 합하면 현재 100만대에 육박하는 차량 홍수를 이루고 있다. 아직도 기간 시가도로(왕복6차선 이상)를 제외한 2차 도로와 골목길은 예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주차장화 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긴급 차량이나 소방차가 제때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도로가 허다한 상태다. 불법주차가 상식처럼 되어있는 관행은 엄격한 주차제도 결여와 시민의 공중도덕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주차단속 기관과 제도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통질서 위반단속은 경찰의 전담기능이고, 주차위반 단속은 기초자치단체(구청)의 기능으로 양분된 것이 문제를 혼란케하고 있다. 요즈음 경찰의 교통위반단속은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치단체가 맡고 있는 주차단속은 권한만 쥐고 있지 전연 단속능력도 없으며 오히려 신고가 있어도 생색만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주차위반을 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치구의 주민이고 주기적으로 선거 때 신세지는 유권자(상전)이기 때문이다. 이 왜곡된 현상을 치유하기 위하여는 주차 단속권도 선거인심과는 무관한 경찰에 귀속시키는 방법이 좋은 처방이 될 것이다.
아파트 주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의 경우,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 부족한 곳은 보조금을 주는 제도로 자체 지하 주차장을 확충시켜 주고,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의 공동 주차장을 인근에 지하+지상+입체 식으로 지어서 전용주차가 가능케 하는 제도 개선에 착안해야 하며, 번화가에는 요소요소에 유료 주차 빌딩을 공립, 또는 사립으로 지어서 몇 시간 정도의 주차를 안심하고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더불어 잠깐의 노상불법주차라도 엄격하고 혹독한 과태료나 면허 자격정지 등 이해관계에 큰 불이익이 수반되는 단속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될 것이다. 선진 OECD국들의 주차질서유지는 고도의 도덕심에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엄격한 단속제도가 시민 도덕성으로 정착되었기 때문임을 새겨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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