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심]영어교육 斷想:영어로 대화할 일이 있어야 영어를 하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홍성심]영어교육 斷想:영어로 대화할 일이 있어야 영어를 하지…

[수요광장]홍성심 충남대 영문과 교수

  • 승인 2014-02-18 14:07
  • 신문게재 2014-02-19 17면
  • 홍성심 충남대 영문과 교수홍성심 충남대 영문과 교수
▲ 홍성심 충남대 영문과 교수
▲ 홍성심 충남대 영문과 교수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우리나라 영어교육에 유감이 많다고 하면, 혹시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영어교육은 엉뚱한 곳에 과다한 비용지출을 하고,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우리는 영어교육을 위해 과중한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사교육이 비단 영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쏟아 붓는 사교육비의 많은 부분이 영어교육에 들어간다고 한다. 2012년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의 영어 등을 위한 사교육비로 쓴 돈이 연간 약 19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초중고교학생 1인당 월평균 23만6000원을 지출하는 커다란 액수이며 가계에 큰 부담이 될 만한 액수이다. 이 가운데 평균 8만~10만원 정도가 학생 1인당 영어 사교육비로 지출된다.

한편, 국민의 혈세를 영어교육에 쏟아 붓기는 정부나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지난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서 개발한 한국형 토플제도(NEAT)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교육부가 개발한 국가영어능력시험(NEAT) 고교생용 시험이 지난 2년간 네 번 치러진 후 폐지된다고 하니, 한국형 토플 개발에 들인 371억 원도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 되었다.

한국형 토플시험이 제대로 실시도 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영어권 국가에 유학을 갔다 오지 않아도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 제도 본연의 취지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다름 아닌,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부분이다.

과연 우리 국민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영어로 대화할 일이 평생 몇 번이나 있겠는가? 또 직장생활에서 영어를 꼭 써야 할 일이 몇 번이나 있는가? 물론 먹고사는데 영어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우리 국민은 평생을 통해 영어로 대화할 상대를 거의 만나지 않는다. 이처럼 교실이나 강의실 밖에서는 영어를 쓸 상황이 거의 없는 나라를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외국어로서의 영어) 상황이라고 한다. 같은 아시아 국가라 하더라도 홍콩이나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 같은 국가는 강의실 밖에서도 영어를 쓸 일이 많이 있으며, 거리에서 과일 파는 할머니들도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물건을 판다. 이런 상황은 ESL(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제2언어로서의 영어) 상황이다. 결국 우리 국민은 평생가야 영어를 쓸 일이 없는 나라인데,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영어공부를 시키려고 돈을 쏟아 붓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 가 보면, 십수 년 전인 2000년경 각 지자체에서 '잉글리시 빌리지'같은 몰입식 집단 영어사용 구역을 만드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즈음 영어마을에 대한 열기는, 들인 돈에 비해서 그다지 큰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막대한 적자와 운영상 문제로 그 열기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이 또한 영어로 대화할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서 연습해보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영어가 세계어(ELF, English as a Lingua Franca)의 위치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우리나라가 인도나 싱가포르처럼 나름 '영어강국'이 되려면, 우리 사회가 계속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가며, 많은 지구인에게 살고 싶은 매력 있는 국가로 커나가면 된다. 그와 더불어 '우리 것'을 영어화(Englishize) 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세계화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 사회는 점차 다중언어-다중문화의 글로벌 사회로 변모해 갈 것이다. 평생 가야 영어로 대화할 상대가 없는 대다수 국민이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수 백억원의 혈세를 쏟아 붓고, 이젠 그 제도를 사장시키려는 사람들에게 영어교사를 장-단기로 영어권 국가에서 연수시키는 연구년을 증설할 것과, 현 정부 들어 각급 공교육 현장에서 감축일로에 있는 원어민 보조교사의 수를 늘리자고 건의하고 싶다. 보다 정확한 목표 설정과 교육철학이 전제되어야 올바른 교육 정책 설립과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고, 예산의 낭비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사장되는 교육제도가 줄어들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